연재소설
-밥 먹자 기주야. 준비됐대. 내려올 때 물병이랑 아쿠아탭스도.
-알았어.
기주는 옷을 갈아입었다. 간밤에 입고 있던 패딩은 걸치고 있었다. 아쿠아탭스를 못 찾았는지 물병만 가지고 내려왔다. 침낭은 커버에 넣어놨고 방도 거의 정리했다고 했다. 아침 밥은 티벳티안 브레드, 밀크티를 시켰다.
기름에 튀겨진 티벳티안 브레드는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땅콩잼을 발라 먹으면 매력이 더했다. 딸기잼, 오렌지 잼을 발라먹어 봤지만 땅콩잼이 가장 좋았다. 살짝 목매는 느낌이 올 때 차 한잔 마시면 해소되었다. 타카는 주방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가스가 얼었는지 화덕에서 빵을 튀기고 있었는데 그곳에 타카가 있었다. 무진과 기주도 화덕에 서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아침과 밤은 항상 추웠다.
화덕에서 나무가 활활 타올라 불빛이 일렁거렸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먹을게 아니라 화덕에 서서 먹는 게 나았다. 주인장도 그러라고 했다. 밀크티가 먼저 나왔다. 설탕 두 스푼을 넣어 휘휘 저어 한 모금 마셨다. 우유분말 아닌 진짜 우유를 넣었는지 맛이 더 고소했다. 빵도 다 튀겨 저서 땅콩잼에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기름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느끼한 맛이 강해지면 차를 마셨다.
붑사에도 여럿 롯지가 있었는데 무진과 기주가 묵었던 롯지에는 트레커가 없었다. 그래서 조용했다. 가끔은 말 많은 서양인들이 없었으면 했는데 너무 없으니 그것도 참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의미 없는 말들이 오고 가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론 깊이 있는 대화가 이어질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 마음 간사한 것이다.
날이 흐렸다.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것은 아니지만 얇은 구름이 파란 하늘을 가렸다. 구름에 한번 통과된 햇빛은 더 약해졌다. 가뜩이나 땅이 달궈지기 전까진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더 떨어질 듯 보인다. 몸에 열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비탈진 길을 걷다 산사태가 났던 벼랑길을 걷기도 했다.
철제 다리를 건너며 빙하가 녹은 계곡물을 내려다봤다. 옥빛 계곡물은 쉴 새 없이 세찬 물결을 만들었고 소리는 웅장했다. 철제 다리엔 소 똥도 있었다. 타카는 고도가 높은 곳은 야크 똥으로 불을 지핀다고 했다. 롯지 사람들은 야크 똥을 주으러 다닌다고 했다. 냄새가 역하진 않지만 비위가 약하면 힘들 수 있다고 했다. 냄새가 대수냐 추우면 곁에 있어야지, 기주는 생각했다.
점심때가 될 때쯤 드디어 몇몇 트레커들을 봤다. 이미 올라갔다 내려가는 사람들이었다. 빠르게 지나치던 사람들도 있었고, 짧은 대화를 나눈 이도 있었다. 모두 루클라에서 시작했고 살레리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고산병이 와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중도 하차한 이도 있었다. 일몰 보러 칼라파타르로 올라가던 중 고산병이 와서 롯지로 내려왔다가 고산병이 호전되어 다시 오른 이도 있었다. 춥다 춥다 그런 추위는 처음 느껴봤다고 했다. 겨울 히말라야 트레킹은 정말 춥다고 했다. 아래 지역은 괜찮지만 5000미터에서는 차이가 극명하다고 했다. 고산병 예방약이 많이 남았다고 필요하면 준다고 했던 트레커에게 다이아막스를 받았다. 하루에 한알 아침저녁으로 반으로 쪼개서 먹으라고 했다. 예방으로 먹는 것이지 고산병을 완벽히 차단시키지는 못한다. 무진은 호주에서 온 학교 선생님 부부에게 12정을 받았다. 먹을지 모르겠지만 혹여 먹지 않더라고 필요한 누군가 있으면 다시 전달할 목적도 있었다.
오후 2시가 됐을 때 루클라와 슈르케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슈르케는 루클라를 거치지 않고 왼편으로 올라 팍딩과 가까운 마을이었다. 처음 시작을 루클라에서 하는 트레커들은 대부분 팍딩이나 몬조에서 하루를 쉬었다. 거리상으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지상에서 팍딩이나 몬조까지 고도 차이가 너무 큰 이유에서였다. 하산할 때 루클라에서 경비행기 타고 카트만두로 갈 예정이지만, 미리 루클라 마을을 보고 싶었다. 언덕을 올라 2시간이 지난 후 루클라에 도착했다. 큰 마을답게 골목마다 롯지가 수두룩했고 커피숍에 빵집에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꼬마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여태껏 보지 못한 많은 무리의 트레커들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