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해가 얼굴을 보이려면 아직 멀었다. 침대에 누워 시간을 계속 확인했다. 침낭 속에서 꼼짝하지 않고 휴대폰만 들쳐봤다. 그간 촬영한 사진을 보며 기억을 곱씹었다. 밭길, 절벽길, 눈길, 흙길, 자갈길 지금껏 거쳐갔던 길들을 회상했다. 걷고 걷고 또 걸어왔던 길인데 기억나지 않았다. 순간 지나친 발자국은 무던하게 사라졌다. 창가에 걸어둔 양말을 집었다. 수면 양말을 벗고 다시 등산 양말을 신었다. 등산복 바지로 갈아입고 속건성 소재의 내의를 입고 같은 속 건성 소재의 티를 입었다. 울 소재의 겉옷을 입고 바람막이 재킷을 걸쳤다. 축축이 젖은 땅에서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주는 무진보다 먼저 나가서 한 바퀴 돌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무진과 기주는 만났다.
-어디까지 갔다 왔어?
-체크 포스트 지나서 팍딩으로 가는 길까지.
-맞다. 체크 포스트가 있었지.
-가이드 없이 혼자 오는 트레커들도 많나 봐. 실종 포스트 붙어있던데. 트레킹도 위험하긴 하지. 동네 뒷동산 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뒷산은 아니지. 네팔 사람들한테는 뒷산일지도 모르겠다. 4000m 이하는 이름도 없잖아.
'힐' 언덕이래 세상에 3000m가 넘는 곳들이 지천에 있는데.
-네팔 사람에게는 워낙에 고산에 익숙한 곳이니까.
무진과 기주는 공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 비행기를 타려는 트레커들로 보였다. 첫 비행기가 도착하면 트레커들이 내릴 예정이다. 가이드나 포터로 보이는 네팔 사람들도 공항으로 움직였다. 이미 대기한 사람도 많았다. 일거리를 찾기 위해 공항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마을이라 숙소도 대부분 열러 있었다. 네팔 사람들은 일찍이 나와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니 루클라 공항 활주로가 자세히 보였다. 짧은 활주로에 그 끝은 절벽이었다. 카트만두에서 아직 첫 비행기가 오지 않았다. 협곡 사이로 비행기가 오고 간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갔다. 팬케이크와 레몬차로 아침을 해결했다. 방으로 돌아가 배낭을 꾸렸다. 며칠 했다고 배낭 꾸리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타카는 1층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출발했다. 바로 체크 포스트에 들렸다. 제복을 입고 있던 젊은 사내는 얼굴을 잠시 살피고 정보를 기입했다. 무진 뒤에는 혼자 온 트레커가 있었다. 체크 포스트 직원은 그에게 옆에 붙어 있는 포스트를 가리키며 혼자서는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과 포스트에 붙은 사람은 실종돼 찾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이드를 구할 마음이 없는지 조심히 다니겠다고 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왔다. 윌리엄.
짧은 반바지, 긴소매 하나 입은 윌리엄에게 춥지 않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걷기 딱 좋은 날씨라고 했다. 일정은 같았다. 베이스캠프를 갈 예정이고 칼라파타르도 오를 예정이었다. 무진은 종종 길에서 만나자 했다. 무리해서 걷지만 않는다면 대부분 마주칠게 분명했다. 윌리엄은 먼저 출발했다. 체크 포스트를 지나 30분 걷기에 열중했을 때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해 겉옷을 벗고 걸었다.
-삼일은 워밍업이었으니까 이제부터 히말라야를 제대로 즐겨. 앞으로 멋진 장관이 펼쳐질 거야. 기대해도 좋아. 히말라야 산의 어머니인 아마다블람을 수시로 보게 되며 낭가르 타샹에 올라 에베레스트, 눕체, 롭체 정상을 볼 수도 있어 날씨만 좋다면.
타카는 20년 가까이 가이드 일을 하면서도 항상 이곳에 오면 살짝 흥분된다고 했다. 말투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세상 곳곳에서 온 사람들과 수없이 오고 가고 했을 이곳이 지금도 흥분이 된다고 하니 히말라야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했다. 멀리 서라도 에베레스트가 보고 싶었고,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에도 올라가 보고 싶었다.
-어디가 제일 좋아?
-사람들은 대부분 고쿄 레이크를 가장 좋아하는데 나는 낭가르타샹에 있을 때가 가장 좋아.
-왜?
-그냥, 별 이유는 없지 좋은데 이유가 있겠어. 굳이 말하자면 마음이 편안해져. 고교 레이크도 훌륭하지 멋있고 그렇게 높은 곳에 호수가 있는데 참 장관이거든. 그래도 나는 낭가르타샹이 제일 좋아.
-우리도 올라갈 수 있는 거지?
-그럼. 거기에 올라가면 베이스캠프도 칼라파타르에서도 고산병은 없을 거야. 그곳이 조금 더 높은 곳에 있거든.
-그래? 얼마나 높길래?
-아주 조금 높아. 5600미터. 거기서 문제없으면. 트레킹 구간 중에 고산병 걱정은 안 해도 돼.
티 하우스에서 타카와 우리는 넉넉한 오전 휴식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