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일어나. 야. 일어나라고. 여기서 자다가 입 돌아가.
-몇시야?
-8시
-아침 8시?
-밤 8시. 몇시간을 잔거야. 여기서.?
-잠깐 졸았는데 벌써 그렇게 됐어? 아침인줄 알았네. 아까 팬케이크 먹고 식당 햇살이 따뜻하길래 앉아서 깜빡 졸았거든. 오래 잤구나 내가.
-어지간히 자야지. 볶음밥 시켜놨어. 얼른 먹어.
-발은 좀 어때?
-괜찮아. 내일 더 쉬면 좋아질꺼야. 얼른 먹어.
-너는 먹었어?
-아까 먹었어. 6시쯤에. 너 깨울려다가 말았어.
-대자로 또 뻗어서 잤나보다.
-어. 완전히.
-뭐 먹었는데?
-신라면.
-진짜? 깨우지 그럼. 같이 먹게.
-됐네요. 혼자 맛있게 먹었음.
-김치만 있으면 딱이겠다.
-계란 넣어달라고 했건든. 완전 꿀맛이더라.
-나중에 내려올 때 먹어야겠다. 두 개정도 먹어줘야 배가 차겠지. 역시 밥 알이 날아다니는구만.
-아까 술 마셨다며? 뭐라더라, 창?
-어 그거. 막걸리랑 비슷한대 맛이 괜찮아. 탄산이 없는 막걸리라고 해야하나. 고소하고 좋더라. 여기 사람들 자주 마신대. 맥주보다 훨씬 싸니까.
-한 잔 먹어볼까?
-그래. 두 잔 시켜. 같이 마시게.
주인장은 큰 컵에 두 잔 내왔다. 달콤하면서 살짝 시큼한 맛도 있었다. 1리터엔 100루피에 팔았다. 주인장은 팍딩에서 가장 맛있게 창을 만든다고 자랑했다. 다른 집에서 창을 마셔보지 않아 믿을 수는 없었다. 기주도 맛을 보더니 엄지를 내새운다.
-맛있다.
-그치?. 진짜 괜찮다니까. 아까 타카가 말해줬는데 냄비에 창, 계란, 코코넛 비스킷 넣어 끓여서 마시면 진짜 맛있대. 추울 때 몸에 열 내기 위해서 자주 마신대. 럼이랑 따뜻한 물 섞어서 마시기도 하고.
-독하지도 않고. 술술 들어가겠는데. 한 잔만 더 마셔봐야겠어.
-여기에 전 이랑 같이 먹으면 꿀맛이겠다.
-김치만 있으면 환상조합이지.
과히 마시면 까탈을 부리기도 하지만 창은 도수가 약해 가끔씩 열을 내기위해 마셔도 좋을것 같았다.
타카에게 하루 더 쉬자고 했다. 남체에서 고소적응을 위해 쉬긴 할테지만 시간의 여유가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엄마한테 연락왔는데 걱정이 많으셔. 딸이 네팔에 간다고 그것도 히말랴야 트레킹 한다니까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매일매일 연락하시네.
-부모님 마음은 자식이 있어야 아는 법이지.
-왜, 숨겨둔 자식이 있나봐?
-그렇다는거지, 자식은 부모님 마음 알 수가 없지.
-나도 딸 낳으면 진짜 걱정될 것 같아. 어떻게 보내. 걱정돼서.
-결혼을 안해서 그런가. 확 다가오진 않는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확 다가올것 같아.
-아마도.
-우리는 왜 안했을까?
-그러게.
-5년도 넘게 같이 살았어.
-1년 좀 넘었지. 따로 산지는.
-그 때는 때가 아니었을까. 우리도 결혼 준비 했잖아. 부모님도 성화였고.
-그랬지. 한다 한다 말만 하고.
-뉴질랜드로 발령받고나서 위기가 있었지. 1년 안돼서 돌아오긴 했지만.
-너 보고싶어서 찾아간건 기억은 나니?
-음. 그랬나?
-얘봐라. 두 번이나 갔거든.
-무슨 소리야. 한 번 밖에 안왔잖아. 뭐야 똑바로 말해.
-두 번 갔어. 기억 못하네.
-무슨 두 번을 와. 삼개월 차에 한 번 온게 다인데.
-아닌데. 두 번 갔는데.
-똑바로 얘기 안할래.
-네가 힘들다고 보고 싶다고, 가을에 한 번 더 갔어.
지금와서 하는 말인데, 서프라이즈 해줄려고 말 없이 갔단 말이야. 타이밍도 절묘하지. 크라이스처치로 일 때문에 간다고 내가 오클랜드 도착하니까 메시지 와있더라. 내가 얼마나 벙쩠는지 알기나 해. 겨우 시간 만들어서 그것도 짧게 온 건데. 왜 하필 그때 크라이스처치에 가냐고. 그것도 3일씩이나.
그래서 말 없이 3일간 혼자 놀다가 한국 갔단 말이야. 이제 와서 얘기하는거야.
-얘봐라. 거짓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하네.
-환장하겠네. 그 때 진짜 갔다니까.
-증거를 대봐.
-그게 벌써 몇년전인데 증거가 있어.
-그럼 크라이스처치로 오지 그랬어. 비행기 한 번 타면 되는데.
-그건 또 그렇네. 맞아.지금 생각해보니까 비행기 타고 가면 되는걸. 금방 가잖아.
- 이봐, 이봐. 적당히 하셔.
-그 때 하도 벙쩌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한거지.
-서울에서 오클랜드까지 온 사람이 그걸 생각못해?
-그럴수도 있지. 사람이 그럴 수 있다니까.
-바보야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지.
-뭐가?
-참 못났는데, 이상하게 여러번 울려 사람을.
-아 그거. 얼굴도 못보고 가는데, 해줄건 그것 밖에 없는데. 근데 그건 또 기억하네?.
-그럼 누가 해준건데 그걸 기억못해. 바보야. 너 때문에 바로 한국으로 가고 싶었단 말이야. 울다가 웃다가, 또 초콜릿 케익은 왜 그렇게 맛있는지 한 번에 다먹었어. 가끔 보면 기특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그거 특 사이즈인데, 위대하셔.
-더이상 들어갈 배가 없어도 케익 들어갈 배는 항상 있지.
-너나 나나 참 어지간하다.
-손편지도 감동이었어.
-기억해 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