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널브러진 짐들을 정리했다. 배낭에 차곡차곡 넣었다. 하루 반나절 쉬었을 뿐인데 몸이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무겁게 느껴졌다. 기주의 다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기주는 몸이 가벼워 졌는지 움직임이 빨랐다. 재촉하기도 하면서 미리 배낭 정리를 마쳤다.
무진도 짐 정리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독일 부부도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프랑스 인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주인장은 무진과 기주가 나오자 밀크티를 먼저 가져다 주었다. 알갱이 설탕을 세 스푼 넣어 달게 만들었다. 버팔로 우유라 설탕이 없어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설탕을 첨가해 맛을 더 끌어올렸다. 독일 부부에게는 커피를 가져다 주었다.
주방에서 기름 소리가 들렸다. 빵이 튀겨지는 소리였다. 밀가루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면 티벳티안 빵은 부풀어졌다. 공갈빵처럼 크게 부풀지는 않지만 적당히 부풀었다. 땅콩잼과 나온 티벳티안 빵에서 기름냄새가 가득 풍겼다. 느끼한 맛은 땅콩잼이 잡아주었고 다 잡지 못한 느끼함은 밀크티가 없애주었다. 티벳티안 빵은 밀크티와 궁합이 좋았다. 독일 부부에게는 티벳티안 빵과 팬케이크가 나왔다. 서로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아침식사가 끝날 즘 프랑스인들이 내려왔다. 주인장은 때맞춰 식사를 준비해 그들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내왔다. 무진은 배낭을 짊어지고 방에서 나왔고 그사이 기주는 숙소비용을 치뤘다. 독일 부부에게는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건넸다. 타카도 준비를 마쳤다.
-몬조. 오케이?
-오케이.
미리 말해 두었다. 다시 다리가 아프면 몬조에서 하루 자고 가기로 말했다.
-오늘은 괜찮을거야. 정상으로 돌아왔어. 멀쩡해.
타카를 선두로 기주 무진 순으로 걸었다. 돌길이 걷가 돌담길을 걷다가 확트인 곳을 걷기도 했다. 마을을 뒤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엔 빙하가 녹은 옥빛 계곡이 힘찬 소리를 내며 흘러갔다. 하얀 물거품이 자주 생겼다. 큰 돌들이 계곡 수면 아래 많이 있던 모양이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물보라 쳤다. 비가 내린 후에 하늘이어서 아주 쾌청했다. 구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새파란 하늘만 가득했다. 햇살이 강하지 않던 오전의 파란 하늘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만큼 강렬했다. 타카는 말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하늘색은 더 짙어지며 어두워 질것이라 얘기했다.
-블루 다크.
경험하지 못한 하늘이었다. 파란 하늘인데 어둡다고? 얼마나 진하기에 그리 어둡다고 표현 했을까. 5000m이상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하면서 두렵기도 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 말했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이라 두려움과 설레임이 함께했다. 떨림도 있었다. 최대 높이는 지리산 천완봉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2,000m 넘어 3,000m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상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 아프거나 그렇지 않지?
-이상한 거 모르겠는데. 괜찮아
-괜찮으면 다행이고.
-타카, 몬조는 거의 왔지?
-어, 1시간 쯤. 잠깐 쉬고 가자.
널찍한 자리에 돌로 만들어 논 자리가 보였다. 어디서 저런 큰 돌이 가지고 와 자리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아니 포터나 트레커들에게는 훌륭한 휴식처였다. 포터들은 짊어진 수많은 짐들을 내려놓지 않았다. 살짝 기대어 잠깐 쉬고 다시 걸었다. 포터들은 걷고 쉬는 반복이 짧았다. 주기적으로 짧게 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 타카는 저렇게 걷는 게 포터에게 유용하다고 했다. 짊어진 짐 무게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데, 너무 오래 쉬면 다시 걷는 흐름을 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랬다. 걷기에도 흐름이 있었다. 잠깐 쉬고 다시 걸었을 때 흐름을 되찾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휴식이 길어지거나,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걷기는 한 참을 걸어야 흐름을 탈 수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타카를 통해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기주도 동의했다.
-맞아. 그거야. 흐름을 타야되. 배낭 무게가 순간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어.
-어, 맞아. 진짜 그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몸을 걷기에 집중하고 그 걸음이 지속되면 흐름을 타게 되어 있었다. 걷기 즐거움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아주 가까운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