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기주가 방에 들어왔다. 9시가 좀 넘어서였다. 무진은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였지만 깊게 잠들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들어온 기주는 침대에 누워 노트를 펼쳤다.
-안잤어?
-자다 일어났어. 정신이 말똥말똥해.
-새벽에 잠드는거 아니야?
-모르지, 이러다가 또 잠들지. 사람들 아직 있어?
-어. 너 가고 사람들 모여서 카드게임 했어.
-진짜? 같이 했어?
-몇번 구경하다가 같이 했어. 은근 재밌던데.
-돈을 걸어야 재미난데.
-시간 때우기지 뭐.
-그 만한 것도 없지.
-다리는 많이 좋아졌다. 붓기 다 빠졌나봐. 멀쩡해.
-다행이다. 걸을 수 있겠네. 내일은 힘들거래. 몬조지나서 계속 언덕이래.
-힘들겠구만.
-내일도 상황봐서 천천히 가. 아니다 싶으면 몬조에서 하루 자고 가도 되.
-어. 천천히 가야지. 일기 써본지가 너무 오래됐다. 기억도 안나.
-써보긴 한거야?
-이거 왜이래. 고등학교 때까지 썼어. 나름 오래했거든. 대학 들어가고 나서부터 안썼지.
-근데 왜 한 번도 못봤지.
-일기를 가지고 다니니. 집에 있지. 내방에.
-같이 살때 너 엄청 바빴지. 일기는 커녕 책도 안 읽었는데.
-나만 바빴나, 너도 집에 붙어있지 않았잖아. 매일 술마시고.
-일 때문에 마셨지.
-술마신날 보다 안 마신날 세는게 더 빠르겠다. 어지간히 마셔야지 진짜.
-덕분에 빵은 원없이 먹지 않았어?
-왠만큼 사와야지. 다 먹지도 못하고 사람들 나눠줬잖아. 마일리지로 케익을 몇번 사먹었니.
-vip손님이지.
케익을 돈 주고 사먹을 일은 없었다. 그전에 이미 많은 돈을 빵집에 바쳤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5호짜리 케익도 여러번 먹었다 진짜. 사놓고 먹지도 않고.
-습관이지. 습관.
-비는 그쳤어. 별 보이더라.
-그새?
-장난아니야. 엄청 많아.
-수시로 바뀌는구나. 하늘에 구멍난거 같더니. 닫혔어
-하늘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
-남체에는 눈 많이 쌓여 있겠다. 사진으로만 봐서 직접 보고싶다. 토요일에는 시장도 열린다고 했는데. 볼 수 있을까.
-아까 식당에 카메라 가지고 있던 친구 있어서 봤는데, 장난아니야. 대박이었어. 날씨도 쾌청하고 에베레스트 봉우리도 보이고 완전 대박. 남체는 진짜 크긴했어.3000m가 넘는 곳에 마을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규모도 어마어마 해.
-루클라 보다 더 큰거 아니야.
-루클라가 사람도 더 많다고 하긴 했는데, 밀집 되어 있어 그런가 남체가 더 큰거 같은데.
-뭐가 됐든.
-내일 아침 주문했어?
-어. 티벳티안, 밀크티. 괜찮지.
-그거 먹고 싶었는데.
-여기는 땅콩잼 있대.
-땅콩잼이랑 먹어야 돼. 딸기잼은 어울리지 않어.
-누텔라랑 같이 먹어도 맛있겠다.
-확실히 우리 입맛은 목메는 음식을 좋아하는것 같애. 땅콩잼도 그렇고.
-쓴거 좋아하고.
-언제지. 놀러간다고 네가 김밥 말았는데. 진짜 그렇게 목메는 김밥은 처음이었다. 적당히 목이 메야지. 그건 심했어.
-잘 먹어놓고 그래. 맛있다고 해놓고.
-맛은 있었지. 숯불고기를 넣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다만 목이 메인거지.
-인정. 좀 그렇긴 했어.
-그게 어디었지. 휴게소도 들린다고 여러개 사먹었는데,
-전주. 콩나물 국밥에 모주 먹고 싶다고.
-맞다. 거기 모주 진짜 맛있었는데. 아침에 모주 한 병 마셨을껄.
-나는 저녁에 먹은 떡갈비가 맛있더라. 식당도 가정집에 있고.
-떡갈비 정식이었나.
-어. 반찬도 어마어마 했는데.
-어마어마 했지. 진짜 상다리 부러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말이 아니야.
-맞아. 대단했어. 반도 못 먹었는데. 아깝더라.
-쫄쫄이랑 쫀드기도 먹었는데, 그거 연탄불에 구워 먹어야 되는데.
-그거 가지고 왔으면 대박인데. 타카한테도 소개 시켜주고.
-진짜, 다음에 오면 가지고 와야겠다. 트레킹 일지 쓰는 거야?
-이것 저것. 생각들.
-내일 읽어보면 몸이 오그라들껄.
-지금도 그래. 회사에서 사무적인 글만 쓰다 보니까 내 생각이 없어졌나봐. 내가 무슨 생각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사라졌나. 술술 써지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보여줘 봐.
-싫어, 나만 볼꺼야.
-그러지말고 보여줘 봐.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