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연재소설

by 방랑자

난로 곁으로 앉았다. 등산화에서, 걸어둔 양말에서김이 올라왔다. 살짝 시큼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비에 젖은 머리카락도 푸석푸석 해졌다. 타카는 보온병에 차를 가지고 왔다.

무진과 기주에게 홍차를 건네줬다.


-이건 내가 사는거야.

-진짜?. 고마워.

-차 주문할려고 했는데,

-과자나 하나 사 먹을까.? 프링글스 있던데,


무진이 프링글스를 가지고 왔다. 타카에게 기주에게 그리고 다른 무리들에게도 건넸다. 프랑스에서 혼자 온 여인이 있었다. 가이드도 있었는데 그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았다. 프랑스인 옆자리엔 독일 부부가 있었다. 가이드는 없었다. 독일 부부 옆자리엔 중년의 남자 두 분이 있었다.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 옆에 기주 무진 그리고 타카가 앉아있었다. 원을 그리며 앉아 있어 전부 볼 수 있었다.


-30년전에 네팔에 처음왔어. 그 때는 정말 문명과 떨어져 있던 곳 같았는데 지금은 변해도 많이 변했어. 나도 너무 늙었지.


독일아저씨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지금도 좋아요.

-나이는 속이지 못하지. 주름도 많이 생겼어. 힘도 줄었어. 흰머리가 많아.


독일 아저씨의 말대로 그의 얼굴엔 주름도 흰머리도 많았다. 그럼에도 보기 좋았다. 부부는 두손을 맞잡고 있었다.


-우리는 체력이 다 하면 그곳에서 며칠 쉬고 다시 내려올꺼야.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곳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디까지 갈꺼야?

-베이스캠프요. 칼라파타르도 올라 갈꺼구요. 일몰보러 갈 예정이에요. 고산병만 없기를 바랄 뿐이죠.

-고산병 무섭지. 위험해. 컨디션 조절 잘해야되.

-네. 그럼요. 위험하죠.

-그 다음은?

-에베레스트 트레킹이 끝나면 포카라로 갈 꺼에요.

휴식 하다가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할 수도 있어요. 아직은 잘 몰라요.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생각하려구요. 저희는 5개월 있다가 가요.

-와. 여행 오래 하는구나. 네팔 다음은?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이 친구는, 정했어?

-아직 몰라요.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어요. 이제 일주일 됐나, 네팔에 온지.

-어디든 좋지.

-맞아요. 어디든 좋아요. 가고 싶은 곳에, 끌리는 곳에 갈 꺼에요.


프랑스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봉쥬르.

-봉쥬르.팔리부 프랑세?

-위, 노, 아주 조금요. 루클라에서 출발했어요?

-네. 어제 왔어요. 하루 쉬고 오늘부터 시작했는데 비가 많이 오네요.

-네. 저희는 어제 여기에 왔어요.

-루클라에서?

-살레리요. 지프타고 왔어요. 루클라까지 3일 걸렸어요

-그쪽 길은 어때요?

-오르막이었다가 내리막 이었다가 계속 반복이에요. 사람도 많이 없구요.

-내려갈 때 살레리로 갈꺼에요.

-파블루에서 지프 탈수 있어요. 6시인가 5시인가 그쯤에 출발 할거에요.

-고마워요. 우리는 고쿄레이크로 먼저가요.


3패스라 불렀다. 고쿄리를 지나 촐라패스를 지나고 콩마라패스를 지나는 길이었다. 반시계 방향으로 대부분 간다고 했다. 프랑스 사람은 시계방향으로 갈 계획이었다. 촐라패스를 넘어 로부체를 지나 고락쉡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겨울엔 트레커들도 많지않고 무엇보다 빙하지대를 건너가야 했다. 타카는 갈 수 있지만, 위험 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진과 기주는 안전하게 올라가고 싶었다. 고쿄레이크는 대부분 극찬했다. 너무 아름답다고 했다. 다시 온 다면 고쿄를 꼭 다시 갈 것이며, 어떤이는 신혼여행을 이곳으로 오고 싶다고도 했다.


-다음에 가지 뭐.

-아니면 포카라 갔다가 다시 와도 되. 그 때쯤 되면 덜 춥겠지.


식당에 불이 켜졌다.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밖이 어두웠다. 바람이 이따금씩 창을 두들겼다.

무진은 메뉴판을 들고왔다.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비 오니까 뜨끈한 국물음식 먹고 싶은데 거의 없네. 라면을 먹어야 하나. 뭐 먹지.

-메뉴 고르는 일이 가장 힘들다.

-또 피자 먹어?.

-밥 만 시켜서 고추장에 비벼 먹을까?

-라면도 하나 시키자. 6시?

-어. 아무것도 안하니까 잠만 온다.


무진은 방으로 갔다. 기주는 식당에 남아 음악을 들었다. 사람들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있었다. 다시 고요함이 시작됐다. 누구하나 깨지 않고 각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매거진의 이전글#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