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연재소설

by 방랑자

몬조에서 일꾼들은 집을 짓고 있었다. 나무집이었다. 남자들은 윗옷을 벗고 일을 하고 있었다. 동네 꼬마들은 돌을 가지고 구슬치기처럼 돌 치기를 하고 있었다. 닭들이 거리로 나와 소리를 지르며 활보했다. 개들도 덩달아 따라 나갔다.대장으로 짐작되는 개는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으르렁 거렸다. 동네 주민이 아닌 트레커에게만 유독 심하게 으르렁 거렸다.


11시10분이 되었을 때 타카는 무진과 기주에게 점심을 먹자고 했다. 이곳을 벗어나면 남체까지 쭉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점심을 먹기에 이른 시간이지만 그러기로 했다. 몬조를 거의 벗어난 지점에 작고 허름한 롯지에 들어갔다. 타카는 그곳 주인장과 일면식이 있었다. 콧수염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무진과 기주를 보면 인사를 건넸다. 이미 타카가 말을 했는지 한국말 몇마디를 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점심은 다시 달밧이었다. 남체까지 3-4시간 걸린다고 했다. 달밧이 나오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달을 만든다. 커리와 밑반찬 만들기까지는 짧은 시간에 가능했지만, 밥을 짓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걸렸다. 또한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지 쉴새없이 타카와 이야기을 나눴다. 무진과 기주는 주방옆 식당에 앉아있었다. 주방이 훤히 보여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 볼 수 있었다.


햇볕이 들던 롯지 앞 돌담에 걸터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어 말렸다. 정오에 다다른 햇빛은 이제 땡볕으로 바뀌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흘러 손으로 땀을 훔쳤다. 타카는 기주에게 다가와 달밧이 준비 됐다고 알렸다.


-여기 어자르 맛있는데,

-쌀과자 이것도 괜찮아. 근데 이거 이름이 뭐지 소들만 먹을 것 같은 이상한 풀. 이건 진짜 못먹겠다.

향이 너무 독특해, 씁슬하다고 해야하나. 이건 아니듯.

-가리지 말고 먹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차라리 고수라면 먹겠어.

-타카, 너무 써.

-직접 길러서 만드는 거야.

-몸에 좋은건 맛이 없다더니.

-요구르트는 맛있잖아.


아껴두진 않았지만 생각이 난 김에 발포 비타민을 꺼내 타카까지 세 잔을 만들어 나눠 마셨다. 칼슘도 있어 섞어 마셨봤지만, 감기 물약 맛이 나 그 이후로는 섞지 않았다. 출발 하려고 롯지 밖으로 나섰을 때 동네 꼬마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사탕이나 초콜릿을 달라고 했고 그중에 한 아이는 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주는 배낭 옆주머니에서 꺼낸 사탕을 모든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기주도 먹었다. 타카와 무진에게도 건넸다. 자두맛 사탕이었다. 희뿌연 색에 가운데를 휘감은 색이 있던 두툼한 사탕이었다. 달콤함이 확 입안에 돌았고 혀가 말렸다.


어릴 때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올림픽 공원에 소풍을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버스 안 선생님이 주신 사탕이었다. 그 맛이 얼마나 어린 무진에게 강했을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주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성인이 되고서 산에 갈 때를 제외하고 먹지 않았다.


햇빛이 강해 선크림을 팔과 얼굴에 고루 발랐다. 부족한 듯 싶어 기주는 덧대어 한 번더 발랐다. 무진의 얼굴은 점점 네팔리와 비슷해져 갔다.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까매졌다. 가끔은 롯지 주인장들이 무진을 향해 네팔어로 말하기도 했다. 어떤이는 네팔 사람 같다고 직접 말했다. 여러민족이 살고있는 나라답게 인종이 다양했다. 네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 일본인처럼 생긴 사람에게 재차 확인을 하기도 했다.


-2시간 걸으면 다리가 나올까야, 거기를 지나고 언덕을 따라 계속 걸으면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나오고 체크포스트를 지나면 바로 남체야. 4시전에 남체에 도착 할 수 있어.


타카는 앞으로 걸어야 할 길과 안내를 위해 말했다. 또, 절벽을 이어주는 다리가 상당히 높은 곳에 설치되어 조금 무서울 수 있다고 했다. 몬조를 지나 너른 들판을 거닐며 걷고 있으니 하늘 위로 다리 두개가 정말 보였다. 멀리서만 봐도 아찔한 높이였다. 기주는 고소공포증이 없어 높이에 대해 무감각했지만 무진은 아주 없진 않았다. 내색만 하지 않을 정도였다.망설이진 않지만, 높은곳에 가면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산길을 따라 올라 다리에 도착했다. 길이는 얼추 짐작을 해봐도 50m는 족히 넘어 보였다. 중간쯤에선 무게로 인해 아래로 주저 앉아있었다. 기주와 타카가 성큼 성큼 먼저 가기 시작했고 무진은 뒤따랐다.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걷고 있을 때 바람이 불었다. 구름다리라 휘청 거려 사람도 휘청 거렸다. 바람이 멈추지 않아 반대편까지 심리적으로 아주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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