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연재소설

by 방랑자

-세계여행 해보니까 어때요?

-집에 가고 싶어요. 남들은 2년, 3년도 한다던데, 저는 1년 넘어가니까 지쳤어요. 네팔도 전혀 생각 없었는데 인도에 있다가 왔어요. 가까운데 들렸다 가라고 그래서.

-그래서?

-진짜 지쳤어요. 집에 가야죠. 포카라에서도 오래 쉬기도 했고요. 계획대로 항상 움직였는데 포카라에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2주이상 움직이지 않았던거 같아요. 여행을 하다보니까 계획이 있는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니까 계획이 자꾸 변경되서 나중에는 인사 정도만 하고 여행했어요. 동행이 생기니까 불편하더라구요

-맞아요. 동행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때로는 불편하죠.

-처음엔 다 좋았어요. 백패커스에서 만난 외국애들하고 얘기하고 술 마시고, 한국분들 있으면 또 같이 놀고 같이 움직이고 근데, 그게 계속 되니까 나중에는 지치더라구요. 만나면 같은 얘기 하고 또 하고 반복되니까.

-시간이 필요한데 가까워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죠. 그러니 새로운 사람 만날 때 마다 같은 얘기가 잔복되고, 할 수 있는 말은 여행한 얘기 뿐이죠.

-진짜 그래요.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시작이 다를 뿐이지 결국에는 비슷하게 흘러가요. 오래 같이 움직인다고 해도 헤어지게 되어있구요. 외국친구들하고 여행해도 한계가 있어요. 말이 세계여행이지국가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니까요. 진짜 길면 한 달인데 그것도 정말 손에 꼽고 대부분 길어야 보름. 유럽에서는 진짜 열흘정도 있고 움직였어요. 사실 유럽은 막상 도착하니까 끌리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막 엄청 힘든 고행스러운 여행을 즐겨 하는 건 아닌데, 유럽은 왠지 끌리지 않았어요.

-동유럽, 서유럽 다 돌았어요?

-그렇지 않구요. 조금씩요. 그나마 기억에 남는 곳이 아이슬란드에요. 가보셨서요?

-아니요,

-혼자 가기에는 비용이 많이 비싸긴 한데, 4-5명 정도만 되면 렌트카 이용해서 여행하면 좋아요. 물가가 정말 비싸서 혼자 하기엔 부담이 커요. 대신 풍경은 정말 강추에요. 에베레스트 트레킹도 멋지긴 한데, 저는 아이슬란드가 더 좋았어요. 폭포도 멋있고 링로드라고 1번 도로가 아이슬란드 한 바퀴 도는 도로인데 드라이브해도 속이 뻥 뚤려요. 진짜 가보세요.

-메모해 놓을께요. 남미도 다녀왔죠?

-네.

-어때요?

-버라이어티 하죠. 다행이 위험한 순간은 없었어요.

-뉴스보니까 위험하긴 하겠더라구요.


맥주 한 모금 목을 축였다. 펍엔 손님이 없었다. 알바인지 직원이지 두 명이 펍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도 손님이 없어서인지 난로가 있은 쇼파에 앉아 강아지와 놀고 있었다.


-어때요? 세계여행 하고 나니까?

-똑같아요.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가끔은 여행이 지치기도 하구요. 중간에 한국도 두 번 들어갔다 왔어요. 쭉 있진 못하겠더라구요.

-어떤점이요?

-음, 그냥, 모르겠어요. 지쳐요 계속 하다보니까. 특별히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사람에 지치기도 하고, 워낙에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까 그 곳이 그곳같고, 감흥이 떨어지죠. 아무래도. 너무 다양하게 경험을 하니까 새롭게 다가오진 않았어요. 초반 3개월 정도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만큼 빨리 지나갔는데 그 이후론 여행이 곧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여행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느낌. 지속되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1년 지나니까 가끔은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들고. 큰 기대를 하고 나왔는데, 내가 무슨 기대를 하고 나왔는지도 잊어버리고 그래요.

-한국 돌아가면 복학 하겠네요?

-그래야죠. 마지막 학기 남았어요.


여행이 오래되면 지친다고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해가됐다. 일상이 되어버리는 느낌.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 되었다. 기주는 생각에 잠시 잠겼다.


펍에서 일하고 있던 젊은 두 청년은 6개월 한 번씩 교대로 근무 한다고 했다. 비수기라 지금은 손님이 없어 한가하지만 성수기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다음달에 카트만두에 내려가 한 참 바쁠 시기에 다시 온다고 했다.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 앉았다. 롯지들마다 켜 놓은 조명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야기가 더 길어질것 같았다. 더 이상이 있을 수 없었다. 내일은 오전에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가 다녀 올 예정이었다. 반나절이 걸린다고 했다. 쉬는 동안 고소적응을 위해 높은 곳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고소적응에 좋다고 타카는 말했다. 친구와는 남은 기간 무사히 여행 마치길 바란다고 했다. 친구는 내일 루클라 내려가모레 아침에 카트만두로 간다고 했다. 네팔은 3일 후에 떠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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