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간밤에 눈이 내렸다. 꿈자리가 사납더니 새벽부터 깨어 있었다. 눈 내리는 남체를 바라봤다.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숙소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층과 층 사이의 간격이 너무 적어 보였다. 오래된 숙소였다. 3층까지 올린 숙소는 불안해 보이기도 했다. 화장실을 갈 때면 을씨년스러운 기운에 털이 삐쭉 서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서 엎치락뒤치락 다시 잠들기는 힘들다. 기주는 뜬눈으로 창을 내다봤다. 몇몇 롯지에서 불을 켜놓아 눈이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빛이 없었다면 눈이 내리는 줄도 알 수 없었다. 바람도 함께 있었다. 눈발은 곧게 내리지 않았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했다.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추위가 가시지 않아 침낭을 걸쳤다. 털모자도 깊게 다시 덮어썼다.
앉아만 있었다. 시선은 창밖으로 고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잠이 오길 기대했지만, 정신은 더욱 맑아졌다.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수면시간은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적어졌지만 피로하지 않았다. 활동량은 두 배나 더 커졌지만 새벽에 눈을 뜨면 몸은 개운했다.
-뭐하는데? 안자고?
-구경.
-어?
-눈 내려 지금.
-눈 내리는구나.
-밤새 내린거 같아. 아주 많이 내리지는 않았을꺼야. 강해졌다 약해졌다 했거든. 그래도 발목이상은 되겠지. 잘 녹지도 않겠다.
-그렇지. 위에는 더 많이 왔겠는데.
-밑에는 비.
-오늘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간다고 하지 않았나?
-응. 아침에 날씨가 좋아야 갈 수 있지 않을까?
-구름이 걷히면 갈 수 있겠지. 더 내리면 내일 가도 되잖아.
-그렇기야 하지만, 보고 싶잖아.
-벌써 열흘이야.
-벌써 그렇게 됐어?
-어.
-금방간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되지?
-남체에서 그러니까, 일주일이면 될껄. 중간에 어디 다녀오면 더 걸릴 수도 있지.
-타카가 어디 간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나
-아마다블람, 낭가르타샹. 두 곳은 올라가면서 들린다고 했어.
-거기도 높겠지?
-낭가르 거기가 5600m인가 그렇고 아마다블람 베이스캠프는 4600m인가. 대충 그래.
-높긴하네.
-그나저나 배고프다. 일어나면 배고프네. 두 시간 남았지?
-어. 과자, 사탕, 초콜릿 있는데 과자라도 먹을래?
-아니야. 됐어. 아니야 사탕 줘.
어제 만난 한국친구는 아침 식사 후 헤어졌다. 조심히 내려가라고 당부했다. 눈은 그쳐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지만 비가 내리는 지역까지는 눈이 내렸을터였다. 아일랜드 커플도 내려갔다.
반나절 거리로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는 가깝지는 않았다. 타카는 산들을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줬지만 기억할 수 없었다. 그 산이 그 산 같았다. 유일하게 기억한 산은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람이 전부였다. 에베레스트 주위에는 몇개의 고봉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었다. 아마다블람은 떨어져 있어 기억하기 쉬웠다. 베이스캠프로 갈 때까지 아마다블람은 오른편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