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세찬 바람이 불었다. 몸이 휘청 거렸다. 바람소리만 들렸다. 사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흘린 눈물은 광대뼈를 따라 옆으로 흘렀다. 땅에선 먼지가 하늘로 바람을 따라 회오리를 치기도 했다. 먼지 바람은 몸을 휘갈겼다. 적막했던 공간은 바람에 의해 시끄러웠다. 내려가야 했다.
오래전 청산도에 다녀갔다.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완도로 향했다. 완도에서 배를 타고 청산도에 들어갔다. 배를 타기 전 수산시장에서 농어회를 한 접시 했다. 기주는 회를 좋아했다. 초장을 좋아했던 무진은 회 두점에 초창을 듬뿍 찍어 먹었고 기주는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 찍어 먹었다. 기주는 회를 먹을 때마다 무진에게 핀잔을 주었다.
-적당히 찍어 먹어. 회를 먹는거야 초장을 먹는거야
-왜 맛있기만 하구만.
-탱탱한 살을 느껴보라구. 적당히 찍어먹어야지.
무진은 회를 먹을 때 초장 세접스를 해치웠다. 그런 무진이 기주는 싫었다.
-그건 예의가 아니야.
승선할 시간에 임박해 배에 올랐다. 뱃길로 완도에서 청산도까지 한 시간을 가야하는 거리다. 평상이 있는 객실과 좌석이 있는 객실이 있었다.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선미 난간에 기대어 멀어져가는 완도를 둘러봤다. 배에 속도가 붙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둘은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고스톱을 치는 무리가 있었고 아저씨들은 소주를 마셨다.
무진은 가방에서 삶은 달걀을 꺼냈다. 광주에서 완도행 버스를 탈때 터미널에서 달걀과 사이다를 샀다. 김밥을 사자고 했지만, 버스에서 김밥 먹을 때 버스 냄새와 김밥 냄새가 섞이면 속이 좋지 않다고 기주는 말했었다. 어린시절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으레 김밥을 싸오지만 버스안에서 김밥 냄새가 풍기면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기차에서는 괜찮다고 했다.
청산도는 섬마을,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좋은 섬마을 이었다. 청산도를 미리 생각해 놓지 않았다. 섬에 들어가고 싶었던 찰나에 완도까지 와버렸다. 목포를 거쳐 흑산도나 홍도 아니면 신안에 들어가려다 완도로 수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았다.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버스를 알아보다 완도에 왔고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섬이 청산도였다.
그곳 범바위에서 바람에 휘청거렸다. 찰나의 순간에 무진은 기주와 함께 떠났던 청산도가 생각났다.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를 보고 내려오며 바람을 맞을 때 청산도에서 맞은 바람이 떠올랐다. 괜히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기억나? 우리 청산도 범바위에서.
-아 맞다. 거기, 바람, 태백산 바람보다 강했어.
-머리가 아플정도였지.
-잊지 못할 바람이지.
-그 때 재밌었는데, 갑자기 떠난 여행. 저녁에 숯에 고기 구워먹고 맞다. 그 버스기사 아저씨.
-남매냐고, 우리보고. 너무 닮았다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시기에 많이들 물어봤지.
-지금은 달라졌나,
-조금은, 그럴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