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연재소설

by 방랑자

-아직 실감이 안나. 아직.

-뭐가?

-여기. 히말라야. 아직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나봐.

-난 또 뭐라고. 며칠 지나면 확 들어오겠지.

-그렇겠지?

-그렇지. 그렇구 말구. 아직 반도 안왔어. 한참 남았대. 그나저나 눈이 좀 녹아서 다행이긴 하다. 질척 거리지도 않고. 걱정했는데 올라가기 힘들까봐.

그나마 다행이지.

-눈 많이 오면 고립되겠다. 움직이지도 못하겠는데.

-하긴, 고립되겠다 진짜. 제설작업을 못할거 아니야. 엄청 내릴텐데.

-삽질도 한계가 있겠지. 차도 없고 헬기 불러야 될껄.

-여기는 헬기가 익숙한 곳이지. 사실 하루에도 두 세번 보지 않나?

-타카가 그랬잖아. 헬기 뜨면 위에 문제 생긴거라고. 확실히 고산병이든, 다쳤든 사고가 계속 일어나나봐.

-헬기 보험은 꼭 필요해. 만에하나 사고 나봐. 저게 돈이 얼마야. 3000불 이라고 했나. 거기에 병원비까지, 트레킹 한 번 해볼려다가 큰일 나는거지.

가급적이면 레스큐 보험은 다른사람에게도 말해줘야 되겠어. 산속에서 아무도 모르잖아.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데.


-맞아. 맞아. 사람일은 모르는거야. 오늘 어디까지 간다고 했어?

-오늘 어디더라. 탱보체, 팡보체? 마을이름이 비슷해서 외우기도 힘들다. 팡보체인가? 타카.

-오늘 팡보체. 힘들면 말해.

-팡보체. 와. 이쪽길 장난 아닌데. 완전 벼랑길이야.!

-어휴. 후덜덜하네. 높기도 엄청 높다. 여기서 떨어지면 찾지도 못하겠다. 눈 많이 오면 다 위험하겠어.

-눈 오면 안움직이는게 상책이지.

-그래도 멋지긴 하다. 눈 밟는 사부작 소리도 좋고. 저기 멀리 보이는 아마다블람도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고.


거리에는 무리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포터들은 본인 상반신 만한 거대한 짐을 짊어지고 빠른속도로 지나쳤다. 뒤를 이어 가이드와 트레커들이 지나갔다. 현지사람인지 그는 작은 배낭을 매고 거의 뜀박질 수준에 빠른걸음으로 내려갔다. 그들의 입장에선 정상적인 속도였을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삼자의 입장에선 지나치게 빨라보였다. 마치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체에서 아일랜드 커플이 한 말이 생각났다. 트레킹은 경쟁이 아니다. 누가 지켜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올라가라고 했다.


평지같은 벼랑길이 끝나고 한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갈 길이 남아 있었다. 타카는 이 구간을 넘으면 탱보체라고 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구간 중 손에 꼽는 힘든 구간이라고 했다. 험한 산길이 많이 없어 편안하게 걸었는데 이곳은 마치 치악산 사다리병창 길과 엇비슷했다. 힘들기로 치면 한국산을 따라오기 아직 멀었지만, 나름의 힘듬은 있었다. 타카는 먼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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