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어이구야. 장난 아니다. 엄청 고바위다.
-고바위?
-사투리. 언덕이 심한거 뭐 그런거.
-고바위 강원도에서 쓰는 사투리인가
-그럴껄. 아버지가 항상 쓰는 단어.
-강원도 사투리구만. 힘들어. 배낭은 무겁고 덥고 땀나고 이 언덕은 언제 끝나는거야?
-곧. 끝나. 좀만 힘내.
-어이구야. 죽겠다 죽겠어. 가이드는 여기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을까?
-수많이.
-가이드도 오래하면 무릎나가겠다.
-그래서 오래 못한대. 일찍 시작하니까 다리에 무리기 많겠지. 보통 처음에는 포터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던데, 젊을때야 괜찮지만 시간 지나면 한 번에 훅 가는거지.
-산이 아무리 좋아도 오래는 못하겠다. 체력이 받쳦줘야 할 수 있는 일이내.
-그렇지. 엄청나지. 장단점이 있겠지.
-기분좋은 피곤함 이긴 한데, 힘들긴 하다. 그래도.
-너 체력도 만만치 않어.
-며칠 밤새도 거뜬했는데.
잠시 쉬었다. 물도 마시고 사탕으로 밀린 체력을 보충했다. 땀이 삐질삐질 흘려내려 옷이 등에 달라붙었다. 시기상으로 봄볕은 아니었지만 봄볕 만큼이나 강렬해 눈이 조금 녹긴했다. 눈은 햇볕에 반사되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는 눈부셔서 눈 뜰수가 없었다. 설맹이 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스위스 갔을 때 생각난다. 진짜 화상 입는줄.
-화상 입었다. 얼굴에.
-너무 강했어. 선크림 발라도 소용없더라.
-오죽했으면 바로 들어왔겠어. 장난아니야.
-스키장에서도 그랬잖아.
-오죽했어야지. 적당히 타라니까. 아주 하루종일 타니까 그렇게 되지. 쉬지도 않어. 남들 시즌에 탈 것을 어떡해 하루에 타니. 어지간해야지 진짜.
한번 맛을 들리면 힘든줄도 모르고 미친듯이 탔다. 기주는 그런 무진을 보고 '어지간해야지 진짜' 수도없이 말했다. 꽂히면 앞뒤 가리지 않았다. 정말 미친 사람처럼 행동했다. 기주는 그것때문에 짜증난적이 많았다. 그걸 알면서도 무진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돈이 들어갔는데 아낌없이 해야지 체력이 다할 때까지. 아깝잖아. 뭔가 해내야 마음이 후련하지. 그게 안되면 속상해서 버티질 못해 내가. 내가 그래. 이게 성격인걸 어떡해.' 기주는 답했다. '적당히 하라고!'
그게 되지 않았다. 많이도 싸웠다. 성격도 입맛도 행동도 모든 것이 다 달랐는데 8년을 만난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정으로 만나기엔 서글픈 감정이었다. 사랑의 감정이 조금씩 없어짐을 서로 알았지만 전혀 없던것은 아니었다. 너 아니면 안될것 같은 감정도 아니었다. 딱 이거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연인으로 시작할 그즈음엔 행복한 기류가 텔레파시처럼 교류했다. 알아도 모르는척, 모르면서 아는척, 같이 있지 않아도 힘 안든척, 보고있어도 보고픈 척, 그런 척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며 만났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네팔까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