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북한에 가봤니, 아니면 갈 수 있니?
-전혀.절대. 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못가 대부분.
-그럼 북한사람은 한국에 올 수 있어?
-음, 브로커 통해서 와. 돈도 많이들고 위험하고 목숨 담보로 오는거야. 자세한 내용은 잘 몰라.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해서. 분단국가니까.
외국인 트레커를 만나고 국적을 알게되면 한 번은 북한얘기가 나왔다. 그들은 궁금했다. 짧게 얘기가 끝나기도 했고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자세한 얘기는 해줄 수 없었다. 알고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
-바르셀로나는 어때? 살기 좋아?
-덥고 여름엔 아주 덥고 관광객들 많고 복잡하고 씨끄럽지. 나름의 매력은 있어. 너무 더운것만 아니면. 더위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래도 여름은 너무 더워.
-40도까지 올라가?
-가끔은. 여름엔 오지마. 상상 그 이상이니까. 가을이나 겨울이 나는 좋아. 사람들은 여름에 많이들 오는데 나는 가급적 겨울을 추천해.
-겨울이라. 집값도 비싸지?
-그럼. 비싸지. 메인 시가지에서 구하려면 상상초월이지. 싼곳도 있어. 방하나 빌려서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가격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달에 300-500유로 사이쯤. 번화가는 더 비싸구.
-쉐어하우스구나.
-쉐어하우스. 혼자 집을 전체 렌트해서 살기엔 꽤 부담되는 가격이라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은 대부분 방하나 렌트해서 많이들 살아. 공동체 생활.
-하긴, 대도시는 그렇지.
-서울은?
-서울?. 비슷해. 비싼곳도 있고 저렴한 곳도 있고 그래. 위치에 따라 달라지지.
-물가는 올라가지. 돈은 적게 벌지. 취미생활 하기에 시간은 부족하지. 한국은 더 심하던데. 영상보니까.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일 중독인가?
-그건 아니야. 생산성 없는 일이라고 해야할까. 업무시간외에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상사 눈치를 봐야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어. 물론 다그런건 아니지만. 특유의 문화, 아니야 문화라고 말하기엔 아니고. 아무튼 그래. 이걸 설명하기엔 시간이 걸려. 출근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지만, 퇴근시간은 칼같이 지켰다가 다음 날 눈치 엄청 봐야 해. 공무원은 출퇴근, 연차, 휴가 눈치 없이 쓴다고 하던데 또 그렇지만은 않더라구. 친구가 경찰인데 눈치 엄청 본대. 신혼여행으로 12일인가 다녀왔는데, 복귀하고 많이 힘들었대. 공무원도 다 같은 공무원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시험준비 하는 사람들이 많지. 불행한 시기같아. 지금이
-왜?
-꿈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진로에 대해 걱정했던 학교시절보다 더 삭막한 사회도 그렇구, 조직문화 특히 기업에서 행해지는 그들만의 리그도 있고 그래.
사내정치라고 할까. 힘들게 치열한 경쟁 통해 입사한 회사인데, 지속하지 못하고 퇴사하지. 조직의 특성상 상하관계는 분명 필요한 부분이지만, 회사 밖에서도 얽매어 있지. 사생활이 사라지는 것 같아. 직장을 벗어나도... 매일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업무와 퇴근하더라도 회식에 상사 눈치까지.
바르셀로나는 어때?
-음. 상사와의 관계 중요하지. 그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일꺼야. 대신 밖에서는 직장에서의 관계가 사라져.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오롯이 직장에서의 관계만 가질 수도 있어. 선택의 문제지만 회사 안과밖은 달라.
-국적과 인종은 선택사항이 아니라서 환경에 적응해야 하지만 힘든 건 어쩔수 없나봐. 여기보다 더 독한 곳에서 태어나지 않음이 위로가 되지는 않네. 그렇다고 한국이 싫은 건 아니야. 또한 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도 아니야. 달라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급격히 바뀌진 않을 것 같아. 그냥 넋두리야.
-바르셀로나도 특별히 다를건 없어. 똑같이 일하고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건 똑같아. 대신 해야 할 말은 하면서 일해.
-업무 이외의 일을 해본 적 있어?
-그런게 있어?
-아.., 아니야. 그냥 물어봤어.
-음., 만약 직장내 누가 그런 일을 시킨다면 상상 해본적도 없지만, 그렇다면 따지겠지. 상상조차 허용이 안되는데.
-그렇지. 개인일은 개인일이니까.
기주와 캐서린은 주문한 저녁 밥이 식탁에 놓여 있어도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휴가는 1년에 며칠이야?
-한달. 보통 한달이야.
-한달. 부럽다.
-한달도 짧지. 더 길게 가고 싶은데. 너희는?
-주말 공휴일 연차 다 써도 10일 이상은 힘들어.
-정말? 진짜야? 어떻게 그래? 아니 어디 갈 수나 있어. 쉴 시간이 있는거야?
-그렇게 살았어. 오랜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