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연재소설

by 방랑자

-우리에게 휴가는 잠시 놀러 가는 게 전부야. 그나마 큰 회사에서나 멀리 해외로 나가지. 잘 움직이지도 못해. 그래서 퇴사하고 여행 떠나는 사람이 많아. 나도 그렇고.

-퇴사 했어?

-어. 한 달쯤 됐나. 홀가분 해. 당분간은 일 안 할꺼야. 세계여행 할려구. 네팔이 첫나라야.

-세계여행이라니. 네팔 다음은 어디야?

-아직 몰라 결정 안했어. 어디 추천 할 만한데 있어?


-가까운 곳은 인도나 몰디브 아니면 동남아시아인데 거기는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가깝기도 하고. 차라리 멀리 가보는 것도 좋지. '레위니옹' 알아?

-레위니옹?

-작은 섬인데,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 근처에 있어. 적도 아래에 있고. 프랑스랑 멀리 떨어져 있지만 프랑스령이야. 프랑스 사람들이 휴가 때 많이 가는데. 정말 좋아. 독특한 곳이거든. 파라다이스지. 활화산이 있고 유네스코에 지정된 면적만 40프로야서핑 포인트로 아주 유명하고, 트레킹도 할 수 있고 헬기투어, 액티비티, 특히 캐녀닝을 추천할 만 하지.

-가봤어?

-그럼. 거기는 정말 해어나올 수 없는 곳이야. 정말 이쁘고 섬 자체가 매력적이야. 시간 구애받지 않는다면 오래 머물러도 좋은 곳이야. 해변도 정말 끝내줘. Ermitage 해변이나 Roches Noires 해변이 좋지. 서핑은 Roches Noires. 붉은 빛 노을 감상하기엔 Ermitage 제격이지. 그 외에도 있는데 이 두곳만 갖봐도 충분해. 레위니옹은 진정 파라다이스야.

세계여행 하니까 꼭 가봐. 후회하지 않을 꺼야.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나도 처음 가서 너무 놀랐어. 날씨도 좋고 인도양의 바다를 느끼기엔 이만한 곳도 없지.


-레위니옹. 기억해 두겠어. 꼭.

-네팔에서 유럽 갈 때 두바이나 아부다비 들렸다 가는데 괜찮다면 이집트 가는 것도 좋지. 특히 다합도 유명하구. 블루홀이 있거든.

-블루홀?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이야. 다이빙의 천국이라 할 수 있지. 음식도 괜찮고. 피라미드, 스핑크스는 대부분 보러 가니까. 한 번은 보러 가는 것도 좋아.

-그 나라에 가면 보통 얼마나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15일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자세히 볼 수 있고 휴식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맞아. 여유롭게 다녀야 하는데.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리는 패키지 여행이라는 게 있거든. 여행사에서 여행 상품을 만들고 정말 적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이 보고 즐기는 여행이지만, 과하도 싶을 때도 있어. 좋은점도 분명 있긴 하지. 숙소 음식 관광지 다 알아서 해주니까 걱정거리는 없지.

-바르셀로나에도 많아. 엄청 나. 대신 빠듯한 일정으로 다니진 않는 것 같아.


여행에도 여유가 있었으면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올까 그런 마음에 관광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시간만 보냈었다. 여유롭지 못한 시간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항상 촉박했다. 해변에 누워 책 한 번 읽지도 못했다. 휴향지에 가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에게겐 여행도 일처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쉴 새없이 떠돌아 다녔다. 진득하니 한 곳에 있지 못함은 어쩌면 우리 DNA에는 여행마저 빠른 문화에 길들여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뽕 뽑지 못해 아쉬운 마음의 유전자가 있는 것도 같다.


-내가 보기에 특히 서양사람들은 시간이 많아 보여. 어떻게 생각해?

-어떤면에서,아시아 사람하고?

-너처럼 세계 여행하는 건 퇴사하지 않고는 못하지. 왜 그런거 있잖아. 여행지 가면 도대체 저들은 어떻게 시간을 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할까. 모두에게 물어볼 수 없지만 비슷비슷해. 다를게 없어. 오래 여행 하려면 일 그만둬야지. 짧은 휴가라면 상관없지만.

-하긴.

-20대초반에 1년이나 2년 세계여행 하는데 그 이후에 일 시작하고는 자주 못가. 여름 휴가 때 말고는. 크리스마스 주와 신년에는 휴가는 아니지만 오래 쉬기는 하지.

-그래?

-어. 한국은 안 그래?

-아니. 공휴일만. 금요일에 공휴일이 걸리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쉴 수 없어. 공휴일이 주중에 있는 경우 연차 쓰고 주말껴서 휴가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자주 있지 않아. 그 연휴도 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휴가도 눈치보고 가는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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