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대관령 터널 여러개를 지났다. 속초와 양양으로 가는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북강릉 톨게이트에서 주문진으로 향했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바다냄새를 맡고 싶었다. 예약해 놓은 숙소는 주문진 수산시장과 5분 남짓한 거리에 있었다. 1차선 도로에 차들이 많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바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시장을 가로질러 항구 근처에 갔을 때 좌판으로 판매하고 있던 수산시장에 보였다. 바닥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어 흥건했다.
-음, 바다에 오면 수산시장 보는 맛이 있어. 활기차 보이고 사람 사는 곳 같아.
-근데 배고프지 않니? 나 너무 배가 고픈데.
-벌써?
-어. 많이 고파. 배속에 걸구가 들었나. 속이 허하지.
-횟집에 가서 먹을래 아니면 여기서 회 떠서 갈까?
-회떠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저기 큰놈 하나 있다. 방어
-실한데. 저거 한마리면 둘이 먹기에 남겠다.
-남은면 싸가. 집으로.
숙소로 돌아오기 전 곁들일 맥주 몇캔을 샀다. 바로 잡은 활어는 살점이 튼실했고 쫄깃한 맛은 여느 횟집에서 양식으로 키운 횟감과는 그 맛이 달랐다.
값어치가 충분했다.
-그 때 우리 다 먹지도 못해서 펜션 사장님 드렸잖아. 2만원 짜리가 너무 컸어. 4인 가족이 먹어도 남겠더라.
-실했는데 아주. 진짜
-한국 들어가면 회나 한사리 해야겠어. 소주에.
-진짜 맛있었는데, 캐서린 회 먹어봤어?
-아니, 살아있는거잖아?
-죽어있는거지. 살아있는 건 낙지.
-올드보이에서 본거 같아. 그 남자 주인공이 식당에서 낙지 먹었어.
-맞아 맞아. 생으로 먹기도 해. 나는 못먹지만.
-무슨 맛으로 먹는거야?
-몰라 나도. 짠 맛 밖에 안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회도 집중해서 맛을 느끼기에는 사실 무슨 맛인지 몰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까.
회나 낙지 초고추장을 설명하기엔 벅찼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쉽게 설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영어로 설명해 주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저녁식사가 끝났고 우리는 난로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불이 얼마나 거센지 1미터 이상 떨어져 앉았다. 앞쪽은 뜨거웠지만 등쪽은 한기가 느껴졌다. 차가 마시고 싶어 주인장에게 밀크티를 주문했다.
-내일 우리는 8시에 아마다블람으로 갈꺼야. 같이가.
-8시? 그래. 나는 먼저 들어갈께. 자야겠어. 점점 침대에 가는 시간이 빨라져. 처음엔 10시에 잤는데 지금은 8시면 잠이 쏟아져.
-우리도 그래. 내일 봐.
기주와 무진은 밀크티를 마시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도 한기가 서려있었다. 숨 한 번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창에 커튼을 쳤다. 고도가 4000m를 향해가자 밤 기운이 매서웠다. 뜨거운 물을 물병에 담아 침낭속에 뒀다. 4000m를 넘어서면 핫팩도 써야 할 판이었다.
-점점 추워지는 것 같아.
-고도가 계속 올라가잖아. 이제는 낮에도 덥지 않겠는데,
-높아질 수록 햇볕은 강해지는 것 같아. 따깝잖아. 덥지는 않아도.
-어. 자외선 엄청 강해. 선글라스 없으면 눈을 못 뜨겠어.
- 일주일 남았나? 칼라파타르 가려면?
-내일 아마다블람 가고 이틀은 딩보체에서 산에 올라 간다고 했고 그리고 로부체 갔다가 고락쉡 가니까 5일이나 6일 남은거네.
-언제 가나 했는데 이제 곧이네. 금방 간다.
-그치?. 곧이야 곧.
-언제 일 그만두고 여행 하나 했는데, 나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미래는 접어두고 즐겨. 언제 해보겠니. 세계여행을.
-그러게 한 번뿐인 인생이지만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어쩌겠어. 이미.., 별보러 가자.
-그래?. 잠깐만 나갔다 올까 그럼.
여러번 봤던 별이 오늘은 더 밝다. 사방천지에 별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은하수 보이는 곳엔 가스로 이루어진 긴 불빛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별들이 땅으로 떨어질 기세다. 저 별에 맞아 잠들고 싶은 충동이 이따금씩 생겼다. 가로등 하나 없는 이곳이 밤 하늘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주식인 밥을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듯이 별 보는 일도 질리지 않았다. 다만 추위를 잊기엔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