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쉬고 싶다. 지친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계속 해야 되는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내 시간이 없어. 이러다 나이 먹고 그냥 사는대로 살아가는게 맞는건지도 모르겠어. 남들과 비교하기 싫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자꾸 옥매어 가는 삶이... 삶이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야. 비 오는 날 걷다가 비 맞고 걷고 싶을 때가 있어. 한참 비 맞으면 다시 살아날까 잊고 있었던 가슴 뛰고 열정 가득한 그 시절 마음 다짐이 생겨날까 해봤는데 되지 않더라구. 비 맞으면 비 맞는게 전부였어. 오히려 감기 기운에 고생만 했지 모야.
그게 그렇게 싫더라. 자꾸 꿈이 사라져 가. 꿈을 꾼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꿈을 이뤄나가려고 참 분주하게 살았는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는데 내 몸뚱아리는 지쳐 쓰러져가는 게 보일 때, 왜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거울 보는 게 두려울때.
난 그때가 제일 두려워. 얼굴에 빛이 안보여서. 눈에도 힘이 없고 입가엔 미소가 사라진지 오래됐어. 뒷모습은 내가 직접 보지 못하지만 왠지 뒷모습이 눈에 그려저. 수많은 사람이 길을 걸어도 나의 뒷모습을 투영되 보이는 사람이 있어. 그게 왠지 분신이 아닐까 생각도 들어. 이제나 저제나 참 열심히 살았는데 부질없는 생각도 들어. 그런데 있잖아.
우리 부모님을 보면 제자식 끼우는라 삶을 이어가느라 본인의 삶도 없이 묵묵히 일하시는 모습보면 안쓰러운데 정말 속상할 때도 많은데 이제 내가 모실테니 그만 일하시라고 말도 못하겠어. 나도 힘들거든. 마음은 굴뚝 같은데 쉽지 않은거야. 말이라도 해드릴 수 있잖아. 우리 어릴 때 많이 했잖아. 커서 돈 많이 벌어 호강 시켜드리겠다고. 그 말 참 많이 했는데 커서 보니 내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그게 될까 무서워지기도 해. 아시겠지 부모님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자식을 위해서 사셨지만 그럼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모시고 살았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시절 부모가 되었다면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난 못할 것 같아. 한다 하더라도 정말 힘들어서 못 견딜것 같아. 아직 내가 부모가 되지 않아서 부모 마음이 어떤지 모르지만 부모가 되고나면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자신이 없어. 혼자 살아도 살아내느라 주말이면 지쳐버리는데, 힘내어 취미 생활도 했지만 금방 시들해져. 산다는거 아니 살아내는 건 우리에게 평생 숙제처럼 느껴지는 마음, 나는 오늘도 지쳐버렸어. 땀에 비오듯이 옷이 젖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었어. 양말이 젖었고 발은 퉁퉁부어버렸어. 양말 벗기가 겁났어. 내 발은 목욕탕 온탕에서 불린 것 보다 더 불어있겠지. 양말에 신발에 또 물에 흠뻑 젖었으니까. 쭈끌쭈글해진 발을 보는데 슬프더라.
발은 안녕한지 가슴은 안녕한지 머리는 안녕한지 손은 안녕한지 내 얼굴은 안녕하지 물어보지 못했어. 잊고 산것 보다는 전혀 관심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지. 그러다 우연히 보게되고 느끼게 되니까..., 샤워 하고 세면대 위 거울 통해 천천히 바라본 모습은 쓸쓸했어. 서글프다는 표현은 삼가할께. 쓸쓸한게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서. 술 마시고 싶었어. 엄마 아빠도 그럴때가 있었을거야. 지금의 어마 아빠 나이가 아니라 내 나이때에 엄마 아빠. 어떻게 살았을까, 아니면 어떻게 버텨내셨을까.
그시절 지금보다 더 독한 술로 이겨내셨을까? 친구를 만나고 술 마시며 하루를 보내셨을까? 집전화로 전화걸어 어디에 몇시까지 나와라 약속 잡고 슬리퍼 신고 나가 대포집에서 술 마시며 미래를 계획하셨지. 열심히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고 살아서 지금에 모습이 되셨을텐데, 그렇게 사신지 60년이 다 되셨는데, 우리는 이제 30년 조금 넘게 산거잖아. 자신이 없다. 어떻게 더 잘살아야 하는지. 궁금해. 다른 사람들은, 그들은 어떻게 살아낼까,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고. 그런데 다들 힘들진 않겠지. 직업이 없진 않지만...,
난 잘 모르겠어. 그냥 힘들어. 갑자기 힘들어. 포기할 마음이 있는 건 아니야. 내일이면 새로운 태양이 뜬다는 말, 맞지. 매일 떠. 내 삶도 연속이야. 매일이야. 다만, 그냥, 넋두리가 필요했어. 내뱉고 싶었어. 거울 앞에 혼자 서서 할 순 없겠더라. 연극배우처럼 독백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람 앞에 마주보고 앉아 얘기하고 싶었어. 조금은 풀릴 것 같아서.
파전집에서 기주는 말했다. 술 마시고 싶다고.
가을비가 심하게 내리던 날. 하나 둘 파전집에 사람이 차기 시작했다. 바지 밑단과 어깨에 비를 잔뜩 맞은 사람들이었다. 커플이 들어왔다. 남자분 오른팔은 다쳤는지 깁스로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가렸다.여자분 오른편은 다 젖어있었다. 여자분은 왼손으로 우산 들고 비를 막아줬나 보다. 눈가에 미소가 보였다. 남자분 입가엔 환한 미소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