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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04. 2017

#56

연재소설

해질녘 밖으로 나왔다. 일몰이 보고 싶었다. 두꺼운 패딩 겹쳐 있고 장갑도 저며맸다. 타카는 멋진 뷰 포인트가 있다고 조금만 가면 된다고 했다. 산은 하얀 설산에서 붉은 설산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아직 해가 미치지 않은 곳은 하얗고 구름에 가려졌다. 붉어진 설산은 점점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시작해 점차 채도가 강해지고 있었다. 개울가에 흐르는 물도 해가 저물어가자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퉁이부터 얼어붙은 길가는 곧 가운데까지 얼어버렸다. 조심히 걷기에도 미끄러웠다


-분명히 마을인데, 집도 있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신기하건 마을이 살아 있는 느낌이야. 사람들이 안보이는데 살아있어. 희한하네.


-쿰부지역말고 안나푸르나쪽으로 가면 폐가처럼 형성된 마을도 있어. 차량이 다니고부터 장사가 되지 않는 곳들이 생겼지. 롯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떠났지. 트레커들이 그 지역을 넘어 가거든. 죽어있는 마을이 생길수 밖에 없어. 차메를 지나고 바라탕으로 가면 볼수 있을꺼야.

-지프가 다니면서 상권이 죽었구나. 발전은 필요하지 현지사람들도 편하게 왔다갔다 해야되고 먹는것도 그렇구.

-어. 근데 트레커들에 반대를 많이 해.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길 바라는 거야. 차도 다니지 않는 그런 옛길을.., 몇년이 지나고 달라진 모습을 보니까, 오래전 모습을 떠올리는 거지. 근데 여기 사람들도 편하게 살아야지. 언제까지 걸어다녀. 하루이틀 거리도 아니고. 여기처럼 전혀 길을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뭐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르면 언제가 만들 수도 있겠지. 하여간. 그래.


그랬다. 아쉬움도 있다. 옛날길을 그리워하고 예전모습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차량이 필요했다. 차량이 들어서고 생활이 더 윤택해졌을테니까. 쿰부지역이야 애초에 생각도 안하겠지만, 여기는 헬기가 차 만큼이나 자주 다닌다. 물론 비싸 금액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동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헬기를 이용 할 수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해 떨어진다 해 떨어져. 완전 붉은 노을이구만.

-붉은것 보다 더 강렬하다.

-진짜. 야. 나는 확실히 일출보다 일몰이 더 멋있어. 일몰은 왠지 가슴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있어. 일출은 들뜬 마음이 들잖아. 일몰은 뭉클해. 촉촉히 눈가가 젖을것만 같아.

-아주 감성부자 나셨어. 세상감정은 혼자 다 가졌네

-눈물도 흘릴줄 알고 웃을 때 과감하게 웃을 줄도 알고 남들이 아니라고 할 때 할 줄도 알아야 되.

-그게 어디 쉽겠니. 알아도 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은거지. 누군들 안하고 싶겠니.

-그래도 해야지. 그렇게 해야지. 그게 자기 삶을 사는 것이라고 본다. 내 생각은 그렇다.


기주는 산을 멍하니 바라봤다. 무진도 산을 바라봤다. 멍하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해는 산 뒤로 사러졌다. 다시 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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