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퀴즈 온 더 블럭'을 보다가 잠깐 멈췄다. 66세에 인턴으로 취업한 분이 나왔다.
오창규 님은 66세의 나이에 디지털 마케팅 기업 PTKOREA에서 시니어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오창규 님은 퇴직 후에도 일하고 싶어 지원했고, 마케팅 회사는 그를 선택했다.
방송은 그가 어떻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지를 조명하며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내가 박수를 보내고 싶은 쪽은 따로 있다. 바로 그를 고용한 PTKOREA 대표다.
사실 66세를 신입 인턴으로 뽑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늘 바쁘다. 인턴은 더더욱 빠르고 유연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팀원 대부분이 20대, 30대 초반일 텐데, 60세가 인턴으로 들어온다는 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도 있다. 부모님뻘 되는 사람과 매일 커뮤니케이션하며, 일을 가르쳐야 한다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이다.
그러니 대표는 실력만큼이나 회사 분위기를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뽑았다.
사람들은 주로 66세 인턴의 용기에 박수를 치지만, 나는 고용한 사람의 용기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전에 부모님뻘 되는 분과 한 프로젝트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물론 연륜이 큰 힘이 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반대로 잔소리와 고집이 불편했던 적도 많았다.
가령 유도리있게 무언가를 처리하는 인생의 짬을 배울 수 있었지만, 유교 사회 특성상 그분들을 모셔야(?)한다는 압박과 특유의 꽉 막힘이 부담스러웠다. (나의 경험일 뿐 오창규 인턴님을 욕하는게 결코 아닙니다)
또한 다방면의 경력이 있다고 해도 스타트업 환경에선 그 경력이 곧바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빠르게 배워서 따라오는 게 중요한데, 나이가 많으면 이 부분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이라면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뽑았다는 게 대단하다.
'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이라니. 감동적이다.' 이 말을 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나이 자체가 본질이 되어버린다.
사실 나이는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이라고 다 일 잘하는가? 빠릿빠릿한가? 사고 안 치는가? 저얼대 아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나가는 20대 신입이 수두룩 빽빽하다. 오히려 나이가 많으면 '쉽게 그만두진 않겠지'라는 기대를 갖기도 하는것 같다.
스타트업 채용에 있어서 결국 답은 간단하다.
채용에 있어 총 책임자가 어떤 결과를 원하는가에 따라 기준이 달리 하면 된다.
사무실을 떠받치는 기둥 같은 인턴을 뽑고 싶다면 연식 있는 사람을 쓰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잡다한 심부름, 빠른 손발이 필요하다면 젊은 사람이 낫다.(예시입니다)
즉,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진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냐에 문제다.
그래서 나는 굳이 '늙은 인턴'을 대단한 스토리로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장 대단한 건, 그를 선택한 리더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66세 인턴의 도 전도 멋지지만 회사는 더 큰 리스크를 지고 그를 맞아들였다.
좋은 어른은 회사를 살리고, 까다로운 노인은 회사를 괴롭힌다.
결국 좋은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좋은 회사를 선택하고,
좋은 회사는 나이를 불문하고 좋은 사람을 선택한다.
이번 유퀴즈 에피소드가 남긴 게 있다면, 누군가의 도전만큼이나 누군가의 선택도 대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해당 회사 대표와 팀원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