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떨결정 Nov 03. 2019

등록금 해결하는 법

어떻게 장학금 받아?

어딘가에 올렸던

2016. 04. 24.

장학재단 소득분위 글을 보다가...


소득분위에 의문을 가지는 글을 쓴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고, 강남에 살면서 소득 구라 치는 놈들 욕하는 사람들도 아무 잘못도 없고 당연한 건데 나도 모르게 아니꼬운 맘 들 때, 가난하다는 게 내 돈 씀씀이가 아니라 내 마음 씀씀이를 작아지게 할 때, 내 가난이 너무 겁이 난다.

당연히 누군가는 거짓말로 이득을 보겠지만, 그건 누군질 모르겠고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으니 할 말이 없고.... 자기는 어려우니까 이해가 안 되겠지만, 소득분위 선정이 10분위라서 당황한 사람들 대부분을 보면, 그냥 사람들이 자기들 생각보다 너무 잘 사는 거라는 생각을... 나는 자연스레했다가 화가 났다가 그래서 또 내 가난이 내 가능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좀먹는다는 걸 깨닫고 이미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이 풍요로워져도 과연 내 마음은 하는 비참함.

평범한 회사원인 아버지 자기 집이 있는 것 정도가 그렇게까지 넉넉하진 않다는 걸 알면서, 남들이 살아가는 데에 집을 팔아라는 소리가 절대 단순히 그 집의 가격의 문제가 아님을 알면서.. 나도 모르게 비아냥 거리며 집을 팔아, 차를 팔든가, 아 학원을 끊든가, 정말 없으면 그런 건 못한다고 라고 말하고 싶어 질 때면 가난이 어떻게 인간을 좀 먹는지를 느낀다.

나는 내가 받는 장학금을 누군가 부러워하고 어떻게 받냐고 자기 집도 어렵다고 하면 해줄 말이 없다. 더 가난하면 돼. 진짜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신용도 없으면 되는데... 인생이 고달플수록받기 쉽다. 열악하고 사연이 기구 할수록 더 쉽다. 누가 봐도 가난하고 안타깝고 그게 증명이 되면 그러면 적어도 대학 등록금은 걱정 안 하고 살아도 된다. 그건 대다수의 집에 큰 부담일 등록금을 아끼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누가 진짜 힘든 애들은 너처럼 못 산다고 등록금 때문에 매일 알바하고 허덕인다고 할 때 나는 속으로 참 많이 웃고 울었다. 모든 건 각자의 사연이라 집에 돈이 있어도 자기에게 못 오거나, 갑자기 기울어서 증명이 덜 됬거나겠지. 근데 나는 집이 정말 가난하고 이 대학에 다닌다면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등록금 걱정하느라 허덕이는 건 덜 가난해서 더 힘들어지는 그런 일이니, 나한테 '너 같은 애들은 진짜 가난한 애가 아니야'라고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차마 말을 못 했다. 더 가난해지면 더 받을 수 있다고. 진짜 힘들면 적어도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걔가 왜 등록금 걱정하냐고? 덜 가난한가 봐. 아 내 꼬인 마음. 아 물론 난 진짜 가난한 집은 아니지. 내가 정말 문화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밑바닥이었고, 내 인생의 운 조차 가난했다면 이 대학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니까 걔도 나도 진짜 가난한 애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소리를 하고 이런 생각을 했던 거겠지만. 가난을 경쟁하고픈게 아닌데, 등록금 걱정 안 해도 되니 다행이다 좋다 알바해서 넉넉하다 라는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지 들어도 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꼬인 생각들.

장학금 받아서 알바로 등록금 안 만들어도 되니까 오히려 네가 더 여유롭지 않냐고 하는 말을 들으면 슬프다. 나는 내 밥만 벌어먹으면 되는데 상대는 등록금을 걱정한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나보다 네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밥을 사고, 그러다 문득 그 장학금 그게 내가 더 가난하단 뜻이란 생각이 들어 너의 섬세하지 못함에 화가 난다. 그래 봐야 어떤 연구에 따르면 네가 나와 전체 사회의 자산의 2퍼센트를 나눠먹는 하위 50퍼의 한 사람일 텐데, 그래 봐야 힘든 건 마찬가진데하고 좀 합리적인 생각이 이어지면, 화나고 짜증 났던 내 마음이 이제 등록금 부담도 없는 주제에 내 친구 힘든 거 공감도 못해주는구나 하고 나를 미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가난이 그냥 돈 걱정만 시키는 게 아니라 나 자체를 존중할 수 있는 여러 모습들을 없애 버려 무섭다. 가난이 나를 못되지게 만든다. 자수성가한 애들은 독하다고, 여유롭게 자란 애들이 마음도 여유롭다고, 결혼할 때 집안 배경은 그래서 보는 거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났다가, 나도 모르게 그냥 수긍하게 된다.

절대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음을 나는 감사히 여겨야지 하다가도 누가 봐도 증명되는 오래된 우리 집의 가난이 버겁다. "진짜 힘든 애들은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서 너처럼 그렇게 못해." 아니 진짜 힘들면 등록금 때문에 힘들 일은 없어. 부러워하지마. 네가 더 많은 가난을 통해 더 많은 장학금을 받는 건 분명 부담을 줄이는 걸 테니 좋은 일이지만, 네가 정말 그렇게까지 가난해지길 나는 원치 않아. 그리고 증명이 되려면 못해도 일 년은 지속되야하거든 그 가난이. 가난은 일상이지.

딱히 네가 힘든 걸 힘들어하지 말란 건 아냐. 그건 힘든 일이지. 사실 내가 더 가난하다고 내가 더 힘들다는 법도 없어.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다들 힘들잖아. 그런데 참 그 말이 상처가 됬어서 비슷한 말만 봐도 그때가 떠오르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힘듦을 걱정해주지 못하고 나의 힘듦과 비교한다는 걸 깨달았네. 결코 알 수가 없는 그 사람의 무게를 나 혼자 지레짐작하면서 자기 연민에나 빠지는 멍청이가 됐어. 내가 가난으로부터 지켜야 할 게 시간, 돈, 가능성이 아니라 내가 사랑할 만한 나의 몇 가지 부분들도 있었네... 참 무섭지. 가난한 건 덜 가졌단 뜻인데 지켜야 할 게 왜 더 많아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킬 게 있다니 내가 여전히 덜 가난한 거 같아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참 쉽지가 않다.





새롭게 알게 된 것: 같은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76% 이상이 10분위라더군.


“우리나라 상위 10%가 부 66% 보유…하위 50% 자산은 2% 불과” 2015.10.29 기사

https://www.google.co.kr/amp/s/news.sbs.co.kr/amp/news.amp%3fnews_id=N1003239653&cmd=amp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