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10. 목, 태풍권.

by 보리별

오늘은 5시 50분에 일어났다.


어젯밤에는 12시에 잤다. 거실 노란빛 조는 조명을 켜놓고 비가 뚝뚝 떨어지는 밤을 느꼈다. 예전에는 밤에 혼자 이러고 놀았다. 낙서 같은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놀았다. 그 시간은 방해하는 이도 없었고 침범하는 사건도 없었다. 라디오를 듣기도 했다. 밤에 듣는 라디오는 달콤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밤을 즐겼다. 비 오는 밤은 여러 마음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불안이 떴다. 집이 통째로 날아가면 어쩌지... 뭐 이런 일곱 살 같은 불안, 타지에 있는 딸아이집이 떠내려가면 어쩌지...로 흘러가다가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이리저리 뒹굴던 기억과 생각과 감정들을 사라지고 지금만 남는다.


나도 아닌 무엇이 있다. 유순하고 눈이 컸던 어릴 적 외갓집 소 같은 마음만이 남는다. 빗소리를 그냥저냥 듣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하나였는데 잠시 떨어져 지금을 지키는 그냥 그런 존재만 남는다. 개별성은 옅어지고

존재 한 덩어리만 있다.




천천히 명상을 했다. 브릿지를 했다. 힘으로 하지 않고 척추를 밀어내면서 했다. 허리힘을 쓰지 않고 척주를 밀어내는 힘을 쓰니 내려올때 아랫배가 저절로 쥐어짜졌다. 땀이 났다. 선풍기를 켰다. 다리 스트레칭을 하고 복근 운동을 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다. 몽이 밥을 주고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조금 마셨다. 와치를 차고 다시 운동을 했다. 무슨 종목을 선택해야 할 지 몰라서 레그레이즈를 눌렀다. 이거 저것 했다. 역시 팔 굽혀 펴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느낌을 찾아가고 있다. 몸은 정직하다. 팔운동을 정성스럽게 했다. 등 쪽 근육과 갈비뼈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승모근 움직임이 거울 속에서 알아차렸다.


태풍이 고요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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