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11. 금, 맑고 시원.

by 보리별

5시 45분에 일어났다. 밤에 놀고 싶어 져서 조금씩 늦게 잔다. 시원해서 오랜만에 푹 잤다.

명상을 하고 달리기를 할 준비를 했다. 마지막 달리기는 8월 4일 금요일이었다. 나가기 전에 어제 내려놓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그냥 컵에 뚜껑을 덮어놓았다. 맛이 없었다. 맛없는데도 그냥 앉아서 먹었다. 달리기 하기 싫어서... 7일 만인데 왜 이리 낯선고...? 내가 언제 뛰었던가? 전생에...?

맛없는 커피를 훌짝이는데 머리에서 떠오르는 관우이야기... 적진에 나가서 한 판 칼싸움을 하기 전 누군가가 술 한 잔을 준다. 그는 '이 잔의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하고 나가서 멋지게 한 판 하고 돌아와서 식지 않은 술을 마셨다는 전설의 그 이야기말이다. 얼마나 가기 싫으면 무협 판타지까지 등장하냐... 아니다. 얼마나 용기를 얻고 싶으면 관우선생님까지 떠올리냐고 해석해 보자...

술이 더 맛있긴 하지만 술 마시고 한 판 할 체력은 안 되니 맛없는 커피를 털어 넣고 자전거를 탄다. 태풍은 끈덕하고 무거운 습기를 자기 몸에 싣고 가버린 걸까.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는다. 나무들은 비를 맞아 늠름하고 푸르르다. 금호강 습지 맨 길에는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그 앞에서 매일 체조를 하시는 분도 나와 있었다.


물에 잠기지 않은 곳까지 왕복했다. 0.9km였다.

뇌는 할 말이 많았다.


'너가 미쳤구나... 힘들다고.. 허벅지가 끊어진다... 생각 좀 해봐,,, 니 얼굴 시커멓게 다 탔어,,, 기미 곧 올라온다. 이런다고 안 아플 것 같아... 근거가 없어'


심장은 두근두근해지고 제멋대로 뛰기 시작한다. 호흡은 가쁘고 목은 칼칼하다. 입이 헤 벌어진다. 얼굴 가리개가 있어 천만다행이다.


두 번째 왕복을 했다.

허벅지가 말했다.

'아까보다 좀 덜 힘드네...'


세 번째를 시작했다.

뇌가 조용하다.


강물은 콸콸 흐르고 하얀 두루미가 습지 바닥에서 놀고 있다. 구름은 이리저리 뭉쳐졌다가 다시 흩어졌다가 흘러간다. 나도 이리저리 생각들을 만들었다가 조물조물했다가 흘려보낸다.



달리고 하체운동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아까 남은 커피를 다시 먹었다.


왜 이리 맛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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