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을 오르기 시작했다. 30분 조금 지나 계곡에 닿았다. 신발은 만 오천 원짜리 아쿠아슈즈를 신었다. 무릎에는 테이핑을 했다. 유튜브를 보고 따라 했다. 첫 솜씨라서 흉측했다. 반바지를 포기하고 긴 바지를 입었다.
오르막길에서 테이프는 무릎캡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쫘악 잡아주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무릎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신박한 것을 보았나... 엉성하게 붙인 왼쪽 테이프는 계곡시작 무렵에 벌써 떨어져 나가고 있었지만 그건 내 솜씨 탓이었다.
발목과 허벅지에 힘이 생겨 아쿠아슈즈도 괜찮았다. 등산화보다 나은 점도 있었다. 밑창이 얇고 창바닥이 반으로 접어질 만큼 유연하다 보니 발바닥 근육을 쓸 수 있었다. 오르막 계단에서 무릎이 굽혀지고 오금이 접히면서 발이 땅에 디뎌질 때 발바닥 가운데 부분을 뒤쪽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체중을 무릎 쪽으로 싣지 않고 뒷 허벅지로 빠르게 분산시킬 수 있었다.
물은 맑고 청량하다. 물 같은 마음 얻어 가려나...
어제 수국 수업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했다. 열서너명의 여인들은 수국 삽목을 5ㅡ6판 정도 했다. 역시 일은 같이 하면 노동이 아닌 놀이가 된다. 아파트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삽목, 호스로 시원하게 물주기... 모두 좋았다.
강사쌤의 나눔 에너지로 충만해졌다. 언제나 사랑은 답이지.
국수를 한 그릇 먹고( 반만 먹었다) 근처 천룡사를 올랐다. 잠깐 오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경사가 35도 이상인 길이 0.9KM 정도 이어졌다. 날은 푹푹 쪘다. 이상하게,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오전의 좋은 에너지덕분인가...
천룡사지는 내가 다녀본 절 중 최고 명당이었다. 경주 남산은 낮지만 골짜기가 깊었다. 오르막 끝에너른 평지가 나타나고 뒷쪽으로는 바위가 점점히 박혀 있는 산자락이 펼쳐졌다.
석가탑과 흡사한 삼층석탑이 서 있었다. 늘씬하고 균형잡힌 바디였다. 안타깝게도 상단부분은 새로 만들어져 올려놓았다....
언젠가 아름답게 복원 될 것 같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도 흥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길이 거칠지만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매력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