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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Aug 14. 2023

#10 에이지리스  - 노화는 질병이다



에이지리스

저자: 앤드류 스틸

출판: 브론스테인

발매: 2021.11.10.




1. 생물학자들의 노고



과학자들의 책을 읽으면서 그분들의 실험정신에 놀란다. 배양 접시와 현미경을 안고 사투를 벌이는 분들 존경스럽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편안히 살아가는 듯하다. 감사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제 종교를 생물학으로 바꿔야 되나... 얼거렸다. 생의 마지막이 새삼 걱정된다.


노화는 무엇일까?


주름살이 생기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턱에 차고, 장바구니에 무거운 걸 들지 못하고 이런 걸까?


그건 애교지... 귀엽잖아.


나이 들어 아들을 못 알아보고 젊을 때 남편 얼굴이 보이니 아들에게 '여보'한다는 항간에 떠도는 치매 이야기, 남편분이 뇌졸중이 와서 모 보살님이 집에서 꼼짝 못 하고 병간호하는 이야기, 혼자 생활이 불가능해서 요양원에 가는 이야기, 요양원은 이제 고려장(죽어야 나올 수 있다는 어른들의 농담)이라는 이야기들.


이것이 노화의 불편한 모습이다.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인생 끝에 가서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건강 잘 챙겨 나와 자식을 지키자로 마무리된다. 그게 지켜지고 싶다고 지킬 수 있으면 오죽이나 좋겠나....


저자 앤드루 스틸은 이렇게 적고 있다.


'제일 늙고 병든 사람들은 병원이나 요양원에 숨어 있다시피 해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 할아버지 할머니는 보통 주름 많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 뿐 건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마직막 노년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으니 그냥 쉬쉬하고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쓸쓸히 생각하며 서둘러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한다. 나의 모친도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3년 고생하실 때 집에서 병수발을 하셨다. 1990년대 초반 무렵 요양원 같은 곳은 없었다. 종이 기저귀는 비싸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여지기 전이라 집에서 천 기저귀를 빨아 댔었다. 정정하고 멋지시던 우리 할아버지가 (늘 일찍 일어나셔서 마고자에 한복 바지 대님 깔끔히 매시고 꼿꼿이 앉아 계셨다.) 누워서 보낸 3년은 길었다. 그래서 엄마는 의사가 고혈압약 안 먹어도 괜찮다는 데 중풍 걸리면 어쩌냐고 지금껏 열심히 드신다.


병수발은 정신적인 고통이 만만치 않다. 가족들이 육체적인 힘듦 때문에 손사래를 친다고 생각하기 다. 그러나 그것은 병수발의 한 측면일 뿐이다. 집안의 큰 기둥이신 할아버지가 조금씩 수척하게 말라가시고 말도 못하게 되는 (서서히 항상성을 상실하는) 그 과정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것은 큰 고통이자 상처이다. 엄마는 늘 할아버지가 마지막 3년을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며 안타까워하셨다. 가족의 고통을 바라보는 순간같이 앓게 되는 것이 가족이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허망함에 울적해하셨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떨까 생각해 보면 '아, 무섭다. 차라리 아들 못 알아봐도 아픈데 없다는 치매가 낫겠다'라며 헛소리를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든다.


하지만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2. 왜 노화를 연구하는가


앤드류 스틸은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노화 완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당신을 설득하고 싶다. 내가 완치라는 말을 쓰는 머지않아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에는 거슬리게 들릴 수 있는 개념을 익숙한 개념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노화를 완치한다고 해서 영원히 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고통이 크게 경감될 것이다. 그 부수적인 효과로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암, 에이즈, 당뇨병을 완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우리는 이런 병들의 완치를 목표로 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실제로 노화를 완치한다면 그것은 갈라파고스 땅거북처럼 연령이 몇 살이 되더라도 사망 위험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그래도 여전히 감염이나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다."



3. 진화와 노화 - 시중에 떠도는 장수 비결



항간에 여러 가지 건강과 장수에 대한 이야기 -유전자, DNA, 미토콘드리아, 텔로미어, 인슐린, 면역체계, 마이크로바이옴 등등이 떠돈다. 이 책에 조목 조목 다 나온다. 읽고 나니 건강의 방향이 조금 보이고 노년이 왠지 덜 무섭다. 건강식품에 대한 기준도 조금 생기는 듯하다.(피곤하면 약 쇼핑하러 인터넷을 뒤진다.)


진화는 늘 생존보다는 후세대 즉 번식의 편이다. 진화의 버킷리스트는 딱 하나 자손을 낳는 것이라고 한다. 진화는 번식 성공률만 높일 수 있다면 말 그대로 무엇이든 희생시키려 들 것이다.


이 책에서 내 머리를 후려치는 대목이다. 생물학이나 과학 책은 잘 읽지 않아서 이제 알게 된 것이다. 엄마들과 만나서 가끔 술 한잔하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글쎄, 정신 차리고 보니 남편과 한 집에 있더라니까,....'


'웅.. 글쎄 어느 날 보니 애가 둘 이더라,,,,,'


분명 결혼식장에 서 있었고 분명 내가 출산했는데.... 이건 뭘까의 느낌이다. 그게 다 진화가 한 일이었어!!!, 솟구치는 호르몬이 만들어낸 일이었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항상 진화를 조심히! 다루기를 바랍니다.


진화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진화를 통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말이 되지 않는다'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과학자가 생물학에 관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그 사실이 진화론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검토해 봐야 된다는 글이라 한다. 노화는 모든 동물식물 기타 생명 형태가 나이 들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갈라파고스 땅거북처럼 사망 위험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생명체는 노화하지 않는다. 왜 진화는 노화되지 않는 생명을 유지시켰을까라는 질문으로 서문을 시작한다. 진화 입장에서 노화하지 않는 개체는 말이 안 되니까, 그리고 진화가 설명 안 되면 또 말이 안 되니까.


그래서 그는 노화가 비껴가는 생명체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화가 필연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노화는 진화가 간과하는 바람에 생긴 실수라고 말한다. 노년에 돌연변이가 축척되었는데 진화가 그것을 제거할 수 없어서 생긴 결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하면 노화를 제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과정을 말해준다.


 4장에서 우리가 늙는 이유를 10가지에서 찾고 있다.


1.DNA 손상과 돌연변이

2. 짦아진 말단소체

3.단백질문제

4.후성유전적 변경

5.노세세포의 축적

6. 권력투쟁:미트콘드리아의 고장

7.신호실패

8.위장관 반응;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

9.세포소진

10번째 항 방어시스템의 결함 - 면역계의 고장


위 항목 중 면역세포 이야기가 흥미롭다.

몸의 온갖 문제는 결국 세포들이 죽기 시작하거나 고장이 나는 결과를 낳는다. 그것은 다시 기관이나 기관계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고 다시 악순환한다. 흉선이라는 흉골 바로 뒤 심장 앞에 있는 기관을 살펴보자. 흉선은 T 세포 훈련장이다. T 세포는 핵심 면역세포 중 하나라 한다. 그런데 흉선은 만 1세에 다 성장해 10대에 절반 정도 줄고 60세 이후에는 흔적만 남는다 한다. 이것을 흉선 퇴화라 한다. 새로운 T 세포를 생신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진화가 방어 체계를 파괴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를 괴롭히는 병원체 중 으뜸은 생식기 헤르페스와 수두의 친척인 거대세포바이러스라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한 번쯤 거대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한 번 감염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T 세포가 면역기억의 1/3까지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감염에 대처하는 법으로 배울 수 있는 저장 공간이 줄어든다. 원래 있던 끈 길긴 바이러스를 상대하느라 지친다고나 할까?


또 면역계가 지치면 노쇠 세포 숫자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이 노쇠 세포가 만성염증에 기여하기도 해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래서 어릴 때 감염된 생식기 헤르페스와 수두바이러스는 평생 괴로움이다. 어린아이들의 면역에 집중해야 할 이유이다. 고3 때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청소년들이 종종 있고 평생 이런 바이러스로 고생하는 경우도 보았다. 어릴 적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 노화의 완치


노화의 완치는 인류의 고통을 줄이는 인도주의적 목표라고 한다. 보통 하는 걱정(너무 오래 살아서 죽지 않으면 어쩌나)은 이 연구의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 노화 완치를 하루 앞당길 때마다 10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대이다. 100세 시대이다. 누워서 타인의 도움으로 지낸다며 100세 장수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괴로운 일이다.


나는 집에서 태어났다. 그때는 대부분 산파를 불러서 집에서 낳았다고 한다. 산파 없는 시골도 많았다고 한다. 복이 많아서, 운이 좋아서 이만큼 살고 있다. 소원 하나 말 하라면 건강히 내 집에서 내 힘으로 밥해 먹고 살다가 집에서 하늘나라 가고 싶다.


아직 중년인데 웬 신파인가.... 싶다가도 몇 년만 있으면 남편이 60이 되니 그리 먼 미래도 아닌 것 같다.

소원 하나 품어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기도 올려본다.


생물학자 여러분 저희를 구해주소서...
기부도 할게요.(연구비 부족하다 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워서 타인의 수고로 지내야만 하는 시간이 두렵습니다.
온다면 받아들여야겠지만, 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이처럼 항상성을 유지하다가 그냥 며칠 만에 가게 해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편하게 가게 해주소서는 모든 어른들의 염원이다. 고향에서 평생 사시고, 이모들 외삼촌들 7남매 낳고 기르던 집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10 #에이지리스 #씽큐베이션 #갈라파고스 땅거북이 #노화 #말단 소체 #장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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