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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Aug 20. 2023

#11 타인의 친절 - 친절은 진화의 선택이다?

 친절한 사람이 많은 집단이 살아남는다


타인의 친절

저자: 마이클 맥컬러프

출판: 비잉(Being)

발매: 2021.11.24.


 친절이나 호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유별난 주제로 책을 쓴다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인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공부하게 되었다. 책을 펼치면 그 자리에서 다른 세상으로 여행 갈 수 있으니 가성비 최고이다. 축의 시대로 가서 지금 인류의 조상도 만나고, 그 이전 세상 전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조상의 시신을 부엌 아래에 묻고 생활하는 이야기도 알게 된다. 사람의 의식 속에 사유재산과 상속 개념이 생기는 과정이 스르륵 그려진다. 전신석기시대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라는 도시에는 3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한다. 위대한 공동체이다. 


 책에서는 계속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친절은 어디서 왔을까? "


생각해 보자. 다른 영장류가 친절하니? 아니라고 한다. 자식에게 밥을 주고 엄마는 굶는 행위는 오직 인간만이 한다고 한다. 다른 영장류는 내 밥부터 먼저 먹는다고 한다.


 친절은 오랜 진화와 연민의 결과였다. 친절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이 동. 등. 한. 인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것처럼.   

     

1장. 연민의 황금시대


---찰스 다윈 같은 진화론자조차 인간과 침팬지의 남을 보살피는 능력 차이를 가장 눈에 띄는 두 종 간의 행동 차이 중 하나로 봤을 정도이다.

" 가장 열등한 인간의 마음과 가장 우월한 동물의 마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큰 골이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부 유인원들은 자신들도 언제든 같은 무리의 다른 유인원들을 도울 수 있고 그 유인원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걸 수도 있으며, 다른 고아 유인원들을 보살필 수도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유인원들조차 인간의 가장 고귀한 특징인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은 도저히 이해 못 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장 스팍을 기리며


(스팍은 스타렉스라는 미국 드라마 극중 인물로 대의를 위해 장렬히 자신의 몸을 던지는 역할을 했다. )


---수백만 년간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살았던 모든 영장류 중에서 단 하나,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인 아프리카 대형 유인원의 한 종만이 유인원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사회성을 갖게 됐다.(진사회성이란 사회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개성을 뒤로한 채 체계적이고 분업화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

---지친 영양이 더 건강하고 강한 동료 영양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포식동물의 아가리 안에 자기 몸을 던지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수의 요구가 소수의 요구에 우선하는 것이다.

---집단들 내에서는 이기주의자가 이타주의자를 이기지만, 결국 이타적인 집단이 이기적인 집단을 이긴다. 그리고 다수의 요구가 소수의 요구에 우선한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인간이 전쟁을 벌일 때면, 많은 인간이 <일리아드>에 나오는 노장군 네스트로처럼 추론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전리품 얘기로 전쟁에 지친 그리스 군인들을 격려한다. 그러니 서둘러 집에 돌아갈 생각은 잊고, 트로이에서 아내 될 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생각을 해보라

---만약 이 다양한 집단 선택 모델이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결론은 이거다. 집단 선택론자들이 주장해 온 그 모든 가설적인 일에 관여한다고 믿어지는 가설상의집단 선택 유전자는 그저 번식에 유리한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 그 유전자들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몸을 통해 아니면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몸을 도와줌으로써 자신의 번식에 유리한 일을 한다.


8장. 연민의 시대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후 200년까지 600년은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의 시기였다.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를 중심축, 즉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하고 믿음이 달라지고 새로운 우주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심리학자에서 철학자로 변신한 칼 야스퍼스는 이 시기를 인간의 의식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아, '축의 시대'라 불렀다. 야스퍼스는 자신의 저서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역사의 축은 기원전 800년부터 200년 사이에 일어난 영적 과정 중 기원전 500년경에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때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깊이 파인 경계선을 만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 나타난 것이다.'


---니콜라 보마르(프랑스 심리학자)와 그 동료들이 축의 시대 사회들이 기원전 500년부터 기원후 300년 사이의 축의 전환기 무렵에 비약적으로 풍요로워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축의 시대를 앞두고 약 500년간 3개 축의 시대 사회(그리스,중국,인도)에서는 활발한 무역과 기술 발전 덕에 일반적인 성인의 1일 생산량이 5,000칼로리나 되었는데, 5,000칼로리라면 성인 두 명을 먹여 살리고도 남을 양이었다.-----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면서 '축의 사회정신'이 더 강해졌다는(그리고 확대 해석해, 낯선 이들의 행복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는) 보마르의 주장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다른 연구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9장. 예방의 시대


 신은 자신의 모든 자녀 가운데 겉모습과는 관계없이 가난한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는 사고방식으로, 가난에 대한 고대인들의 관점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라"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가난한 삶을 살기 위해 길게 늘어선 모습은 보지 못한다. 대부분 오히려 가난이라는 이 특별한 축복이 그냥 자신을 지나치는 걸 더 기뻐한다.

1500년에 이르자 가난한 사람들이 급증하게 시작해----또한 농업 경제는 쇠퇴하고, 국제 무역에 기반을 둔 경제가 대세가 되었다. 부유한 지주들은 최대한 많은 땅을 사들여 양들을 길러 양털을 얻고 ---그 결과 많은 소작인이 직업을 바꿔 건축 및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가 되었으나----노동자는 너무 많고 일자리는 너무 적었기 때문에---영국과 유럽의 가난한 노동자 계층은 극빈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만연한 가난과 굶주림으로 인해 유럽 도시들은 생지옥이 되었다.

---- 가난에 대한 인간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비베스(Juan Luis Vivers)는 그런 노력을 했다.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길 주저하지 않은 비베스는 그런 노력을 했다.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길 주저하지 않은 비베스는 가난과 그 결과를 가난한 사람들 탓으로 돌리지 않고 그들을 지배하는 사람들 탓으로 돌렸다. 다음은 비베스의 말이다.

정부는 돈을 둘러싼 논란의 해소나 범죄자들의 처벌에만 관심이 있는데----사실 치안 판사들 입장에서는 악인을 처벌하고 규제하는 일보다는 선량한 시민을 만드어내는 일에 전력투구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 모든 문제를 미리 잘 조치한다면 처벌해야 할 사람의 수가 얼마나 많이 줄어들겠는가

12장 2차 가난 계몽주의 시대

-----영어권 저자들이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이전 60년의 그 어느 때보다 자주 가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1960년대에는 학자들 사이에서나 쓰이던 '사회적 불평등'이니

'절대적 빈곤'이니 '상대적 결핍'이니 하는 말이 상아탑에서 빠져나와 일반 독자의 어휘 속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만일 '빈곤의 문화'너 '근로 빈곤층'이니 '최하층 계급'이니 '제3세계'너 하는 가난 관련 용어를 쓴 적이 있다면, 그건 바로 2차 가난 계몽주의 덕이다.---사람들은 그야말로 2차 가난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가난에 대해 보다 계몽된 사고를 갖게 된 것이다.


13장 충격의 시대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은 싱어의 원칙에 '웨슬리의 귀결'이라 할 만한 원칙을 추가했다. 여기서 웨슬리는 18세기의 감리교 목사 존 웨슬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첫째,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둘째 저축할 수 있는 모든 걸 저축하고, 그런 다음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어라." 그런데 줄 수 있는 모든 걸 무엇에 주나? 이 의문에 대한 효율적 이타주의자의 답은 아주 간단하다. 


'줄 수 있는 모든 걸 지각 있는 존재의 불행을 덜어주는 데 주어라'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고통이 당신의 것이든 내 것이든 길 건너편에 사는 베로니카의 것이든 다른 어떤 사람의 것이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의 세계관에 제대로 부응하든 못하든,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거의 다 개발도상국의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의 삶의 질을 아주 높여줄 수 있을 정도로는 부유하다.-----3,500달러 정도면 한 생명을 구하는 게 가능했다.


14장 타당한 이유들


---무역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는 이제 1800년과 비교해 매년 거의 100배나 많은 부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무역 발전을 감안하면 동기간 동안 전 세계 극빈층의 비율이 90%에서 10%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무역과 관련한 이 같은 제로섬 방식의 사고는 잘못된 거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우리 인간의 '우리 대 너희'식 직관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 결과 장기적인 부의 창출을 포기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이 '약자들의 수호자'로 각광받는 경우가 많다.---미국인의 3분의 2는 자유무역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고 알고 있다.      


 



  

'친절'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여행을 했다.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을 읽고 낭독도 했다. 인류에 대한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보고서를 읽은 느낌은 '참 괜찮네'이다.

5장의 스팍은 영화 속에서 대의를 위해 장렬히 목숨을 바치는 인물이다. 실제로 위험한 순간 자신을 던져 타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속 깊이 무언가 요동친다. 진화 덕분인지 집단 선택 덕분인지, 그냥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인류가 이룬 많은 것들의 밑마음에는 이 힘이 작용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돌도끼 들고 살아낸 옛날 옛적 사람들, 도시를 만들고 또 그것이 소멸되고 다시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안에서 사랑하고 때론 미워하며 보내온 기나긴 2만여 년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비로소 오늘이 있었다. 사랑하며 살 이유가 충분했다.


 그 시간들을 거쳐 '모두가 하나'이고 '네가 있어야 나도 존재할 수 있다'라는 인식으로 확장되었구나...

 결핍에 대한 마음 밑바닥에 깔린 두려움, 생존에 대한 공포,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불신을 인류가 어떻게 극복해 왔는가? 란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책이다. 어려운 책,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나와 너라는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된 기분이다.



                                        이웃집에서 흘린 눈물 마음 아프다.

                                            아프리카 아이의  눈물도

                                                   알고 나면

                                                  가슴 시리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11 #타인의 친절#다윈#진사회성#집단선택##칼 야스퍼스 #축의 시대 #비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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