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25. 금, 아이스크림.

by 보리별

6시 50분에 일어났다. 명상을 하고 짧은 스트레칭을 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 했다. 동남아 스콜이 이런건가. 습도가 높았다. 보통 목요일에는 수영장을 가는데 비가 와서 자전거 타기가 불편했고 가기도 싫었다. 서문시장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면 50분 정도 걸린다. 멀어서 마음먹어야 된다. 몇 가지 살 것 도 있고...


시장에 도착했다. 여름옷이 마무리되는 철이다. 벌써 가을 옷이 나왔을 텐데 이렇게 덥다 보니 아직이다. 이쁜 것들은 일찍 주인 찾아가고 어쩌다 남은 아이들이 펼쳐져 있었다. 살 만한 것들이 별로 없었다. 검정 리넨 바지 하나가 괜찮아 보여 물어보니 오만원씩 팔던 건데 한 장 남았다고 삼만원에 가져가란다. 66이라서 커 보였지만 여름옷은 작으면 덥다. 가격도 착해서 한 장 집어 온다. 리넨 민소매도 한 장 산다. 딸아이에게 줘서 내 것이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 물병을 하나 산다. 인터넷보다 많이 싸다. 돈은 많이 썼지만 싸게 사서 기분이 좋아진다. 시장에는 마법이 있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고 걸려있는 물건들을 보다 보면 고민을 잊는다. 머릿속에 가득한 미움과 절망스러운 기분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린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들, 그들의 피어 올리는 에너지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살아있음'이다. 펄럭거리는 옷들 사이로, 가득 쌓여 있는 과일과 야채 사이로 우리들이 걸어간다. 그 속에서 나도 걷는다.


원래 하나였는데 어쩌다 몸이라는 개체로 분화되었다. 시장이나 광장에서 만나면 알 수 있다. 우리의 처음은 바다처럼 하나였다는 걸.


오늘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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