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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Sep 06. 2023

#2023. 9.6, 목소리.

 5시 30분에 명상했다. 달리기를 하러 갔다.


 사실은 어젯밤부터 아니 월요일 밤부터 짜증이 났다. 뭔 조사를 하라는데 우리 통은 566세대다. 이걸 10월 4일까지 하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부글부글...

 때려치울까... 화딱지...

 이래서 과로사하는구나... 더 부글부글...

 일 못하는 사람이 아랫사람 쪼은다더니... 더더 부글부글...

  <월요일 밤 내면의 목소리>

 

 어제 화요일에는 봉투 21개를 우편함에 넣는 작업을 했다. 빠르게 걸었다. 라인마다 1층 현관번호가 다르다. 아직 그 번호가 필요한 적은 별로 없었다. 1층에서 호출해서 없으면 돌아갔으니까... 이 작업은 해보니 공동현관번호가 필요했다. 지하주차장에서 1층까지 엘베를 타거나 걸어 올라가서 봉투를 넣고 다시 하로 내려가서 옆라인으로 가야 했다. 어제는 더웠다. 25분 동안 빠르게 걸었더니 온몸은 흥건히 젖었다.

 몸을 쓰니 화는 조금만 났다.


 이걸 왜 통장 보고 전달하라고 하냐... 말이 안된닷.....


 <화요일 오전 내면의 소리>


 저녁에는 주민등록증 발급 통지서를 전달하고 사인을 받아야 했다. 세 통이 나왔는데 두 세대는 응답이 있었다. 나머지 한 집에 가서 슬쩍 호출해 보았다.


 왜 없냐...

 좀 일찍 들어오지...


<화요일 밤 내면의 소리>


이런 잡소리를 내느라 힘들었다. 지쳤다. 개운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뱅뱅 돌고 있었다. 헤드뱅잉은 흥이라도 있지,,,




 

 아침 달리기를 한다. 며칠 화를 많이 내서 배는 가스로 빵빵하고 머릿속은 뭔가가 웅얼거린다. 스트레스로 압박이 오고 있다. 이해 안 되는 조사 업무로 불편한 마음은 뭔가를 말한다. 지껄인다. 계속 올라온다.

 다리는 잘 뛰고 있고 팔치기도 잘 된다. 월요일 요가 수업 때 한껏 비틀어 놓은 갈비뼈는 풀무질하는 것처럼 호흡을 하고 있다. 숨이 목구멍에서 할딱이지 않고 아랫배까지 쑥 들어간다.

 그래도 머릿속 목소리는 수돗물 틀어놓은 것처럼 좔좔좔 떠들어댄다.


 걷다가 달렸다. 하늘은 더운 햇살로 쨍하고 나무는 물이 빠진 허리를 잘 말리고 있었다.  2.5km 즈음에서 머릿속 목소리가 멈췄다. 하늘을 만나고 풀을 만난다. 안이 고요해졌다. 세상도 고요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속 달리고 싶어졌다. 텅 빈 마음이 몸 안에 있었다. 달리기의 진동에 맞추어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일이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 일에 시비하는 마음,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 하기 싫은 마음, 두려운 마음이 요동을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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