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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Sep 10. 2023

#2023. 9.10. 일, 팔 굽혀 펴기.

 느지막이 일어난다. 7시에 명상한다. 덤벨 2kg 든다. 케틀벨을 한다. 팔이 힘차게 위로 간다. 기분이 좋아진다. 엎드려 무릎을 바닥에 대고 팔 굽혀 펴기를 한다. 팔꿈치 안쪽을 어떻게 돌려야 될지 잘 모르겠다. 지난번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본다. 끄응... 어ㅡㅡ억 소리를 내고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올라온다. 힘이 든다. 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다. 몸 안에 서서히 배여 든다는 느낌이 좋다. 


 어제는 친구와 술을 마셨다. 친구는 주량이 좀 있는 편이다. 내가 맥주 330ml 정도라면 그는 1000ml 정도이다. 부러운 간(肝)이다. 고급지게 양고기를 먹고 맛난 생맥주를 천천히 마시는 저녁은 호사스러웠다. 어릴 적 동네 친구이다. 40년이 넘었을 거다. 오래전에 만났다고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상대의 무얼 알고 있을까... 결혼도 하고 자녀도 길러보고 오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띄엄띄엄 만났다. 그녀는 오래도록 우울증을 앓고 있다. 친정엄마도 그랬다. 

 그 집 생맥주는 맛이 좋다. 최대 주량은 두 잔인데 세잔을 마셔 버렸다. 할 말 많은 내가 상담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나이 차가 많은 오빠가 있는 친구는 '남자'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하는 이야기라면서 해준 이야기는 아주 유쾌하지 않았다.


 뭐가 그리 억울하냐고 말하면...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말을 할 수가 없다.

 우리의 우울, 공황장애, 불안, 두려움은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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