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Sep 11. 2023

#2023. 9.11. 월, 풀내음.

6시에 일어났다. 명상을 하고 네발 기는 자세로 다리를 뒤로 차올리고, 옆방향으로 들어 올리는 운동을 3세트 했다. 왼쪽 고관절은 확실히 엉성하다. 어정거리면서 커피를 마시고 몽이 밥을 줬다. 이제 한더위가 가셔서 조금 늦게 나가도 괜찮다. 


집을 나설 때 7시 40분이었다. 자전거 위에서 바람을 맞는데 추웠다...

강 옆 길에는 풀냄새가 가득했다. 터벅터벅 걷다가 허적허적 달리다가를 한다. 토요일에 먹은 술기운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힘이 든다.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한다. 통증이 일어난다. 먹지 말라는 말이다. 이 순간의 고통이 힘들어 다시 술을 먹는다고 한다. 중독이 그런 기전이라고 한다. 중독되어 있을 때는 감각이 마비되니까...


팔다리가 흐느적거리고 호흡이 잡히지 않는다. 억지로 뛰어본다. 2바퀴를 뛰고 나니 조금 힘이 들어간다. 머릿속에서 여러 소리가 복잡하게 들려온다. 코 끝에 풀향기가 들어온다. 꽃향기는 아니다. 풀내음이다. 향이 옅고 하늘하늘하다. 꽃처럼 진하지도 달콤하지도 않다. 그런데 자꾸 킁킁거리게 된다. 맡고 싶어 진다. 더 진하게 맡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가을 아침이 오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2023. 9.10. 일, 팔 굽혀 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