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Sep 23. 2023

#2023. 9.23. 토, 남편 탈출기.

오늘은 7시 10분에 일어났다. 7시에 줌회의가 있었는데 바쁜 일이 있었던 척하며 연기했다. 줌은 연기하기 좋다.... 사실을 술도 덜 깨서 무슨 말을 했는지 생각도 잘 안 난다....


어젯밤에는 남편이 어디서 받아온 월월청청이라는 찹쌀로 만든 법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어 남편에게 보내야 했다. 어렵다. 힘이 든다. 나는 이런 일에 미숙했다.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면 싸움이 일어나고 좋게 이야기하면(나 전달법이나 유순하게 말하기) 도무지 그 남자의 머리에는 입력이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런 거였다.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니?

그때 한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냐?


바락바락 성질을 내는 남편을 감당해야 했던 젊은 시절은 힘이 많이 들었다. 


마음에 미움이 가득한 순간에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움으로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고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상대가 던진 말이라는 돌에 맞아 많은 시간을 그 말속에 잠겨 있는 줄도 모르고 잠겨 있었다. 


이제는 잠기고 싶지 않다. 네가 한 말은 너의 것이니 네가 가져가고 나는 그 말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게 "no"라고 말한다. 


이제야 내 안에 미움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잘 견디어 너와 나의 경계를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3. 9.22. 금, 백수린과 맥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