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빗방울이 톡 톡 떨어졌다.
점점 굵게 떨어진다.
텐트 안은 소리로 그득하다.
어릴 적 비가 오면 마당에서 후드득후드득,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잠시 뒤 흙냄새가 일어나 코 속으로 들어왔다. 창을 열면 빗줄기가 선명하게 보였고 작은 웅덩이들 위로 비가 그리는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비'를 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는 비를 느낄 수 없었다.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소리가 세차게 들리면 그제야 비가 오나 하고 밖을 내다본다. 그렇지만 그 비는 저 멀리 있었다.
지붕이나 처마나 마당에 떨어지는 비는 나와 함께 있었다. 그 소리와 냄새, 빗줄기는 무언지 모른 채 어딘가로 향하는 마음을 밝혀 주었다. 내가 아니기도 하지만 나이기도 한 무언가에 다가가게 해 주었다. 거칠고 조악한 감정도 쏟아지는 비 앞에서는 잠잠해졌다.
'비'를 만나고 싶어 텐트를 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