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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Sep 30. 2023

#2023. 9.30. 토, 빗소리.

 새벽 4시부터 빗방울이 톡 톡 떨어졌다.

 점점 굵게 떨어진다.

 텐트 안은  소리로 그득하다.


어릴 적 비가 오면 마당에서 후드득후드득,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잠시 뒤 흙냄새가 일어나 코 속으로 들어왔다. 창을 열면 빗줄기가 선명하게 보였고  작은 웅덩이들 위로 비가 그리는 그림을 볼 수 있었다.  '비'를 몸으로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는 비를 느낄 수 없었다. 달리는 차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소리가 세차게 들리면 그제야 비가 오나 하고 밖을 내다본다. 그렇지만 그 비는 저 멀리 있었다.


지붕이나 처마나 마당에 떨어지는 비는 나와 함께 있었다.  그 소리와 냄새, 빗줄기는 무언지 모른 채 어딘가로 향하는 마음을 밝혀 주었다. 내가 아니기도 하지만 나이기도 한 무언가에 다가가게 해 주었다. 거칠고 조악한 감정도 쏟아지는 비 앞에서는 잠잠해졌다.


'비'를 만나고 싶어 텐트를 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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