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짐을 꾸렸다. 바리바리 싸면서 좀 힘들었다. 캠핑장은 물이 불어나있었다. 여름보다 수량이 좋았다.
늦은 점심을 맥주와 같이 하고 천천히 텐트를 치니 저녁이었다.
불을 피웠다.
짐 싸기의 번거로움도 캠핑장의 불편함도 모닥불 앞에서는 사라진다.
옆 텐트도 장작을 태운다. 동네어른들이 겨울에 만들어주신다는 장작은 가늘게 쪼개져 바싹 말라있다. 불길이 좋고 오래간다.
산속은 추웠다. 플리스점퍼를 두고 온 게 아쉬웠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쬔다. 따뜻하다. 옆 텐트들이 피어 올린 모닥불이 그림 같다. 이게 좋은 건 오래전 수렵채취하던 시절의 DNA 때문일까? 아니면 불 앞에서는 그저 그것만 보아주면 돼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