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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Oct 07. 2023

#2023. 10.7. 토, I am I.

어젯밤 나들이를 하고 12시 즈음 잠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명상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천천히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콧물이 졸졸 흐른다. 목도 칼칼하다. 잘 놀아서 괜찮다. 대가를 받아들인다.


금호강 맨발길은 다시 흙으로 채워졌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보수공사를 했는데 완료되었다. 뽀송하고 촉촉한 갈색흙이 돌더미 위에 얹어져 있다. 달린다. 하늘은 흐리게 조금 낮고 나뭇잎들은 겨울을 준비한다. 이파리들의 채도가 낮아지고 있다. 광합성을 적게 하는 게 분명하다. 반짝이는 선명함은 없고 짙푸른 녹음이 아니지만 무언가를 를 겪고 푹 익은 듯한 순한 색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강물이 빠지고 드러난 강가운데 흙위에도 푹 익은 풀들이 보였다. 간간히 억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다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달리고 많이 걸었다. 아침하늘, 공기 흙길, 푹 익어가는 나무들이 좋았다. 새로 다듬어진 길을 다 걷고 돌아온다. 골반은 반듯하게 서려하고 코어도 내전근도 힘차게 움직여준다. 길 끝에서 갑자기 갈비뼈가 아래로 툭 내려갔다. 흙길은 걸음마다 몸이 감당해야 했던 충격을 대신 흡수해 주었다. 흙길을 걷고 있으면 몸은 스스로 근육의 긴장을 푸는구나!. 뻣뻣하게 부풀면서 과호흡을 하던 폐를 감싸느라 딱딱하던 갈비뼈 사이사이의 근육이 힘을 툭 풀어버린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또 다른 나가 있다. 그것이 선명해질 때마 더 행복하다. 


그 순간이 I am I...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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