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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Oct 15. 2023

#2023. 10.15. 일, 풍경 한 장.

6시에 일어났다. 커피를 한잔하고 배를 좀 깎아 먹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뛰려니 힘들어서...


자전거에 바람이 빵빵해서 기분이 좋다. 맨발길까지 탄다. 어제 하루 잘 쉬어서 몸이 좋다. 그런데 하루 쉬면 달리기 하러 가기 싫다. 핑계는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오늘 달리지 않으면 책 리뷰를 못 쓸 것 같아서 운동화를 신었다.


달리지 않으면 시간이 많아서 더 잘 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달려야 쓸 수 있었다. 달리는 동안 하기 싫은 마음, 글에 대한 부끄러움, 뭔가에 대한 짜증 같은 것들이 조금씩 녹는다. 그리고 몸은 스스로 각성이 일어나서 사용하기 좋은 상태로 전환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오랫동안 움직이면서 살아와서 그 유전자가 작동한다던데 맞는 것 같다. 매일 10km 정도를 뛸 수 있으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된다고 하던 한의사 선생님 말씀도 맞는 것 같다.


2.5킬로 정도를 뛰다가 걷다가 하면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강물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못처럼 물이 고인 자리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했다.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하셨다. 괜스레 눈물이 났다.


돌아 나오는 흙길, 나무와 하늘과 길은 그림 한장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웠다. 떨려서 가슴이 쿵했다. 한 컷, 마음으로 쑥 들어왔다. 이런 그림은 각인된다. 그냥 걷거나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는 눈으로만 보고 흘러가버린다. 하지만 달리는 날 가슴이 열리고 머릿속 목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마음으로 성큼 걸어 들어오는 풍경은 오래오래 남는다. 힘이 드는 날, 외로운 날, 서운한 날 따뜻한 난로처럼 다시 찾아온다.


아, 좋다.


* 사진은 unsplash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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