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할아버지 밥상에는 동치미가 자주 올랐던 것 같다. 저 밍밍한 걸 왜 드시지... 생각했는데 이게 먹고 싶어지는 건 자연의 섭리(?)인가...
동치미용 무는 씨가 다르다고 한다. 천수무라고 하던데 11월까지 잠깐 나온다고 해서 동네 야채가게에 주문했다. 바쁘기도 했고 이제 음식을 할 때 재빨리 힘차게 하지는 않아서 미적미적거리다가 오늘 시작했다. 된장에 넣으면 맛있다고 해서 무청을 냄비에 삶았다. 무는 과일칼로 더러운 부분을 떼어내고 적당히 껍질을 긁어냈다. 두 단을 샀는데 무 한 개가 대락 500그램쯤 되었고 모두 13개 정도였다. 김치통 18리터에 담으니 통이 넘친다. 두 개 정도는 작게 잘라서 윗부분에 올려 두었다. 소금을 한 컵 뿌려서 한나절 두라고 했다. 맹물을 팔팔 끓여 놓았다. 식으면 통에 물을 붓고 면주머니에 마늘 생강 갓 쪽파 사과 배 등을 넣어서 실온에 3일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한 달 정도 두면 아주 맛나게 익는다고 한다. 실온에서 익힐 때 맛이 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큰 김장비닐에 통을 넣고 아이스팩을 봉지 안에 넣어 두라고 한다. 역시 언니들의 살림지혜는 대단하다.
사다두었던 생강 2킬로도 깠다. 서서 한참을 까고 나니 손이 굳어서 얼얼하다. 한꺼번에 6킬로씩 하는 친구생각이 났다. 생강이 미워진다는데... 그럴 만하다. 그걸 얻어먹었으니 참 고맙다. 깐 생강을 한나절 말려서 물기를 잘 빼고 휴롬에 짜서 즙을 가만히 두면 아래쪽에 녹말성분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맑은 윗물만 냄비에 넣고 양이 반정도로 되게 졸여서 꿀을 넣으면 맛난 생강청이 된다고 한다. 설탕을 넣고 끓이면 깔끔한 청이 좋다고 한다. 남은 찌꺼기는 소주나 정종을 부어서 요리할 때 쓰면 된다고 하니 버릴 게 없다.
다음 주에는 찹쌀고추장을 담아보려고 찹쌀, 엿기름, 조청을 사다 놓았다. 지금껏 뚝딱 고추장 스타일로 물에 조청을 풀고 고춧가루만 섞어서 먹었는데 올해는 엿기름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유튜브에 올려놓은 동영상 덕분에 일머리 그림이 그려지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잘 살아간다. 고마운 하루 사뿐사뿐 걸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