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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08. 2024

#16 책, 이게 뭐라고


저자는 장강명님이다. 고산도서관에 강연 오셔서 알게 되었다. 1시간 30분 정도 작가의 삶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들려주셨다. 책 앞 쪽에 '읽고 쓰는 인간 장강명 지음' 이라고 적혀 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 현대 사회는 진지한 인간들을 싫어한다. 광고와 열광에 기대야 하는 이들은 거대한 질문, 예를 들어 '왜'같은 물음에 "그냥요"라든가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하는 부류를 선호한다. 의미가 아니가 느낌을 추구하는. 그런 이들은 '왜'같은 질문에 긴 답을 품은 사람들을 떨떠름히 여기고, 진지충이라고 놀린다. 우리가 자신들이 결핍하고 있는 것, 진지함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어떤 가치들을 가졌다고 의심하고 질시하는 걸까


ㅡ 트레바스가 성공하자 다들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만만치 않은 가격의 회비를 내고 독서클럽에 나가는 이유가 뭐지?----그에게 비싼 회비는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이상한 사람을 막아주는 방벽이었던 것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답변에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말은 얼핏 듣기에는 아름답지만 순진하고 낭만적인, 그리고 불가능한 환상이다. 그런 공동체는 인규 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ㅡ 나로 말하자면, 물론 나도 그윽하게 호감을 주는 화술을 익히고 싶다. 내가 카리스마도 없고 유머의 타이밍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나 역시 더 나은 인간, 고매한 인간에 대한 판타지를 품고 있어서 그렇기도 한다. 글은 어둡고 날카롭게 쓰고,말은 밝고 부드럽게 하려는데 쉽지 않다.  말과 글 모두가 인품의 반영이라면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꽤나 분열적인 작업일 것이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늘 가면을 쓰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ㅡ 내가 한국 논픽션 작가들을 편애하는 데에는 쓰기 힘든 장르라는 이유도 있다. 물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다. 발품을 팔아야 하고, 사람들을 섭외하고 설득하고 기다리고 대면하고 인터뷰해야 하고, 이리저리 꼬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실제 인물을 거론하기 때문에 상대의 반응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크다. 마음 가는 대로 쓰는 에세이나, 허구라는 만능 도구가 있는 소설과는 다르다.


ㅡ 내가 하는 일과 할 수 있는일, 해야 하는 일이 서로 싸운다. 그러는 사이에 책은 점점 팔리지 않고, 강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말 좀 하는 지식인 셀럽'에 대한 수요는 늘어간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는 베스트셀러를 쓰는 것이 최종 해결책이라는 역설적인 결론에 이른다. 인세나 판권 수입을 두고는 번민하지 않는다. 그건 뭐, 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돈이지. 펑펑 쏟아져라, 한겨울 함박눈처럼.


ㅡ 나는 지금 만 44세다. 60대 중반에 내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쓰게 된다면, 20년 가량 남은 셈이다. 장편 소설은 아무리 빨리 써도 1년에 한 편이다. 나는 솔직히 내가 소설가로서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타고 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쓰면 쓸수록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믿는데, 그렇다면 최대 스무 편 쯤 훈련할 기회가 있는 셈이다.





이 분 많이 멋있다.

한국사회에서 쭈욱 소설을 쓰고 사는 삶도, 글 속  솔직한 고백도 마음에 와닿는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작가님이 눈처럼 깨끗한 하얀 돈에 쌓이기를 바란다.




#장강명 #읽고 쓰는 인간 #독서 공동체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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