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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16. 2024

#65 지속가능한 행복

황농문의 <<몰입>>을 읽고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소설책을 볼 때 행복했다.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했다. 할 일을 다하고 맥주를 한 잔 할 때 행복했다. 쓰고 살펴보니 놀 때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우리는 일을 할 때, 노동을 할 때, 꼭 해야만 하는 과제를 할 때는 행복할 수 없는  존재일까?




<본문 중에서 >


p158

희로애락을 결정하는 건 몸


몰입 체험을 통하여 경험한 것과 뇌과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종합하면 보다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희로애락의 감정과 행불행의 느낌은 내 몸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외부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만 내 몸속에 있는 시냅스가 어떤 형태로 형성되고 배선되어 있느냐에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만족하거나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만족하지 못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그 일에 작용하는 시냅스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 그리고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어진 일에 대한 시냅스의 형성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주어진 일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변화한다.


<에필로그>에서

1990년에서 1997년까지 체험한 몰입 상태에서의 연구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이 경험은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을 뿐 아니라 마치 연구의 비법을 터득한 것 같았고 행복을 정복하는 법을 깨달은 것 같았다. --- 고대에는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 묵독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느 수도사에 의해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12,13세기에 묵독이 확산되어, 이제는 인류 모두가 묵독을 활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내가 체험한 몰입이 모두 갖고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할 것으로 믿는다.


p186

석, 박사 과정 중에는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하여 집중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다가 몰입을 체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체험을 하게 된 학생들은 희열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이야말로 자기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고 영웅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 특별한 체험이 인생의 전성기나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얻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체험을 의도적으로 구현하거나 이런 상태를 원하는 만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


p30

몰입 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플로우(flow)'라고 명명했다. 삶이 고조되는 순간, 마치 자유롭게 하늘을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거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오는 상태에서 몰입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는 상태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키를 타고 산비탈을 질주할 때를 예로 드는데, 그때만큼 순수한 몰입을 설명하기 좋은 예도 흔치 않을 것이다. 스키를 타고 산비탈을 질주할 때는 누구라도 몸의 움직임, 스키의 위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는 공기, 눈 덮인 나무에 주의를 집중한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흐트러지면 눈 속에 고꾸라지기 십상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p34

 이 상태에 이르면 다른 모든 것은 잊고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할 수 있는 특별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일상의 다른 몰입과는 달리 순간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조금만 노력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하여 최고로 활성화된 두뇌를 문제가 풀릴 때까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지적 능력이 최대로 발휘되는 이러한 몰입 상태에서 문제를 푸는 노력이 몇 개월 이상 누적되면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우리도 본격적인 몰입을 시도해 볼 텐데, 그렇다고 긴장할 건 없다. 누구나 만만히 여기는 '생각에 잠기기'가 몰입의 본질이니까. 칙센트마하이는 운동선수가 말하는 '물아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말하는 '무아경', 화가와 음악가가 말하는 '미적 황홀경'이 몰입이라고 하였다. 이 순간을 가리켜 무용수들은 "마음이 방황하지 않고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이라고 하고, 암벽 등반가는 "나 자신과 등반이라는 행위가 하나가 된다"라고 말한다.




그래 그거였구나!


'왜 사람들은 힘들다고 하면서 암벽등반을 하고 지리산을 종주할까... 엄마는 일이 지긋지긋하다면서 왜 노년에 딸기를 타러 갈까?'에 대한 답이 책 안에 있었다. 그리고 즐거운 모임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껴지는 헛헛함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 보다. 또 '놀이'하는 존재이지만 놀이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일찍 은퇴하거나 부를 이룬 이들이 봉사나 다른 창조적인 일을 찾아 나서는 건 이유가 있었다. 몰입의 경험을 찾는 것 같다. flow를 느끼지 못하고 노동만 하거나 놀이에만 빠져 있다면 인생의 참맛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라고 확신해도 될까?




우리 몸은 목적을 원한다

몰입은 산만한 상태에서 높은 집중도로 가는 행위이다. 이것은 엔트로피를 낮추는 행위여서 결코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고 반드시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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