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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24. 2024

#19 모녀의 세계 - 나쁜 ,미친,불효막심한,


아아......

난 딸이다. 살림 밑천이라는 큰 딸이다.


한참 전에 읽고 오늘 서평을 써볼까 하고 다시 읽었는데

너무 우울해져서  버드와이저 한 병을 들고 적어본다.





<책 중에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13년, 나는 단 한 번도 엄마의 무덤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내 나이 마흔두 살 되던 해, 처음으로 엄마의 무덤에 갔다. 엄마와 나에 대한 진짜 이야기는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아마 그날이 처음이 아니었을지 몰라요. 엄마에게 말해도 소용없다는 어떤 내적인 좌절감이 그 이전에 이미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외로움이란 어떤 의미로 연결되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감정입니다. 고로 외로운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연결'이 핵심이 됩니다. ---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외로움이 배가 되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연기하면 평판이 좋아지거나 표면적인 연결은 만들 수 있을지 모르나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쌓이게 됩니다.                             

                                                       미즈시마 히로코 <유리 멘탈을 위한 심리학> p167


그때의 나는 취약했지만, 지금의 나는 타인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어도 충분할 만큼 적당히 불완전하고 적당히 완전하다. 그리고 어쩌면 예전의 그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 베개 같고 이불 같은 무던하고 안정적인 사람과 재양육 관계를 맺거나 혹은 내가 내 자신을 재양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UCLA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댄 시겔은 이렇게 애착관계를 재형성하면 뇌가 재배선(retire the brain) 된다고 말합니다.                                                                         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p.93, 뇌



성인이 되어 자기 자신이 나를 사랑하려고 애쓰고 또 안정적이고 좋은 사람은 만나 지속적인 사랑을 하면(위의 인용에서 언급했다시피 댄 시겔 교수는 이렇게 뇌가 재배선되는데 필요한 시간을 5년으로 봤다)--이는 다시 태어나는 것과 다름이 없다. ---- 좋은 관계의 경험으로 뇌가 재배선된다니, 결국 인간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는 인간이지만 인간에게 또 치유가 되는 존재도 인간인 것이다.----상처받았던 뇌도 사랑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뇌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가끔 70대 노모와 40~50대 딸의 갈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갈등의 양상이나 수준이 부부 갈등을 뺨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만큼 딸들은 셀 수 없는 신경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엄마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까닭이다.


엄마는 같은 자식인데도 남동생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된다. 엄마가 장녀에게 하는 말은 항상 날 음식과 같이 정제되지 않지만 남동생에게 하는 말은 그렇지 않다. 장녀에게는 지켜지지 않았던 선이 남동생에게는 존재한다.


어우, 엄마와 할머니에게 들은 아빠 욕으로 아빠 대신 내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난 불로장생할 것이다.


엄마를 통해 들은 남자들의 존재는 가보지 못한 땅, 알 수 없는 나라, 이름도 모르는 어떤 부족이 1,000년을 대물림했을 법한 ' 창 또는 방패'같은 것이었다.


딸은 이렇게 엄마의 아바타로 성장한다.---분위기 메이커, 엄마는 하지도 않는 아빠 표정과 기분 살피기, 친척들이 모였을 때 살갑고 조신하게 어른들 접대하기, 공손히 깔깔깔 장단 맞춰 드리기, 정민은 엄마를 대신해 가족 내 친선대사 역할을 해야만 했다.----정민은 아홉 번 아바타를 해주고 한 번 자신의 의견을 냄으로써 엄마를 무시하는 '써글년'이 되곤 했다.


아바타화된 딸은 절대로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활기차고 호기롭게 살아가기 어렵다.





김지윤 소장님 ...... 마음을 흔드시네요...

나는 아버지가 갑자기 2010년 봄에 암 발병하고 그 해 가을에 돌아가셨다.

그 전해에 시어머니도 돌아가셔서 연이는 죽음에 몹시 괴로웠다.

친할머니도 아버지 돌아가시기 3개월 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난 10여 년 동안 아버지 산소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작년쯤 남편과 함께 갔었다........


길고 긴 애도가 끝난 걸까.......

딸은 힘들다,,,,,

엄마들의 마음은 대부분 귀남이 즉 아들에 가있다.

딸이 필요할 때는 아마도 선 넘을 대상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봉양과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나 우리 엄마들은 이제 그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들은 그냥 우쭈쭈해서 돌려보내고 딸들을 불러들인다.  소환된 딸은 엄마의 세상과의 관계, 친척들과의 관계, 아들 부부와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여과 없는 날것의 분노와 적개심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홍성남 신부님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내보내는 것은 화장실에서 하는 행위이므로.... 화장실에 가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오랜 세월 쓰레기통에다가  똥. 통. 도 했나 보다.

그 똥을 감당 못해 종종 이유 없이 (아니 이유를 알아차릴 힘이 없었지...) 우울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갔나 보다.


엄마와 아버지는  점수에 몹시 집착했다. 난 머리가 일찍 터진 편이라 초등시절에 공부를 곧잘 했다. 물론 그 시절 군 단위 시골에서는 공부에 열중하는 집이 별로 없었다. 아버지는 학교 다녀온 내가 점시 먹다가 해맑게 '아빠, 시험 쳤다,' 쪽지시험. 10문제 나오는 음악 쪽지시험이었다. 아마 초2,3학년이었을 것 같다.


벽락같이 소리를 지르시더니 쓰레기를 발사하셨다. '이걸 점수라고 받아왔나, 너는 뭐 하는 애냐,  밥 먹다가 이걸 왜 줘서 내 기분을 잡치게 하냐!!! 선생들은 문제를 왜 10개만 내서 80점을 맞게 하냐!!!'


그날 이후 부녀관계는 날아간 것 같다.

웅크리고 얼음처럼 굳어 시달렸을 어린 내가 가엾다...


엄마는 가족에게 헌신적이었고 당신 목소리를 내는 적이 없었다. 그 시절이 워낙 가부장적이기도 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살아서 더 조심하신 듯하다.


6학년 봄 학교 다녀와서 해맑게 '엄마'하며 마당 귀퉁이 가마솥에게 뭔가를 볶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는 갑자기 하이 톤으로 소리를 파르르 지르면서


'9반이 뭐냐! 9반이... 창피시럽네....'


하도 소리를 질러대니 얼음 상태로 굳은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나중에 학년이 바뀌면 성적순으로 반을 배치하는데 전교 1등을 해서 1반에 들어가야 했었다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를 최근 또래 친구에게 고백하니 초등학교 때 그렇게 하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1등 집착은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그날 엄마가 나를 창피하다고 하는 말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러고는 엄마는 내가 오랫동안 모으고 좋아했던 종이 인형과 그 종이 인형 옷들을 다 태워버렸다. 학교 다녀오니 사라져버렸다. 


그해 가을쯤 당시에는 병명도 알 수 없는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했다. 공부와 일상생활에서 통제가 심한 집안 분위기가 이유였던 것 같다. 베체트는 평생 나를 괴롭혔다.


자주 우울해하고 일상에서는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깊숙한 마음속에 흘러 다닌다.




<책 중에서>


좋은 환경에서는 사랑과 좌절 그리고 증오스러운 파괴와 회복이 순환된다. 이러한 순환을 통해 유아는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치유능력과 파괴성을 조정하며 보상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스티븐 미첼, 마거릿 블랙,<프로이트 이후 현대 정신분석학> p.174,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일시적으로 과도한 헌신을 행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억울함을 부메랑처럼 돌려받게 된다. 그러니 무리 마시길. 부부 사이에서 한 쪽의 지속적인 무리만큼 안 좋은 것은 없다.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없고 되레 폭력의 내면화를 통해 뒤틀린 인성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에게도 반성보다 공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받음'


자기 연민은 상당히 중요한 감정이다.


'내가 엄마한테 받은 상처를 내 아이들에게 주기 싫어서 이렇게 열심히 노를 젓고 있구나. 아... 나 불쌍해. 이러는 거 보면 어린 시절이 내가 참 맘 고생이 많았던 거네. 힘들었지? 애썼어. 근데 이렇게 힘들게 노를 젓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어디 한번 어디까지 왔나 고개를 들어볼까? ---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보자. 진짜 내가 행복해지는 곳으로 나침반을 맞추는 게 좋겠다.' 






긴 세월 꾹 꾹 나는 괜찮아 괜찮아하며 캔디 스타일로 들뜬 마음으로 산 것 같다. 조적 방어라고...... 그러면 부정적 감정을 느껴 지 않을 수 있었고, 난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히로코'의 말처럼 표면적 연결만으로는 마음속 쌓이는 외로움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저자: 김지윤 

출판: 은행나무 

발매: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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