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가진 걸 누군가가 가졌을 때 울컥하는 것들이 있었다. 축축한 덩어리 같은 것이 치받쳐 올라왔는데 난생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어릴 때 물질에서는 결핍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무언가 끈적한 덩어리가 올라왔다.
남편에게도 투사되는 감정이 많았다. 친밀함과 다정함을 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얼굴이 겹쳤고 일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부끄러움도 남편에게 투사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모른 척하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했다. 둘 다 별로였다. 모르는 척한 것은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짓이고 억누르는 건 내 생생한 욕망을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행위였다. 둘 다 진심은 아니었다.
아마 솔직한 마음은...
'다 내 거야!!! 내가 갖고 싶다고!!!!"
였다. 솔직한 마음은 하나의 생명체 같았다. 의식 위로 끄집어내기엔 부끄러웠고 타인에게 손가락질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감정이란 게 숨긴다고 처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알아주지 않고 보듬어주지 않은 마음은 비뚤어진 사춘기 아이마음처럼 똬리를 틀고 나를 괴롭혔다.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남편과의 삶에 조금씩 적응하던 어느 날이었다. 2013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남편과 마트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를 잘 몰라서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크고 좋은 그 차가 우리 차 옆을 스르륵 지나갔다. 마음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아... 나는 평생 저런 차는 못 타겠구나...'
슬픔이 온몸을 휘감고 창자까지 그득 채웠다. 아주 슬펐다. 그 슬픔을 저녁 내내 안고 있었다. 보아주었다. 억누르지도 않았고 '뭐... 그까짓 거 없어도 돼'라는 허튼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자동차에 대한 욕망은 툭 떨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