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이 많다. 아주 많다. 하늘에 구름이 모이듯 마음에 걱정이 모였다가 흩어졌다를 반복한다. 절에 다니면서 기도를 열심히 했는데 무슨 신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샘물처럼 펑펑 쏟아지는 걱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주로 자식이나 남편의 술자리 걱정이었다.
보통의 우리는 걱정을 하지 믿음을 주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믿음이나 사랑일 텐데 말이다. 가장 안전한 대상이 되어야 할 내가 걱정으로 발발 떨고 있었으니... 별로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노력은 했다.
어제도 걱정 보따리를 풀었다가 다시 동여맸다가 했다. 어릴 적부터 혼자서 처리하는데 이제는 남편에게 칭얼거리고 아들에게도 말한다. 예전 남편은 내 말을 무슨 제2 외국어 듣듯이 힐끗 쳐다보기만 했는데 요즘은 피드백을 준다.
'아이고... 그랬어...? 그랬구나!'
이런 훌륭한 피드백을 주는 남자가 되다니!
그는 이제 고구마 백 개 먹은 경상도 남자가 아니라 감정을 세련되게 말로 담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놀라운 일이다.
다 내 덕분이라고 셀프 칭찬한다. 나는 오랫동안 그에게 화내기 않고 말하기, 감정만 전달하기의 어려운 화법을 사용했다. 그것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다니! 열매를 거두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