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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Feb 07. 2024

#2024. 2.7. 수, 감각 자극.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반월당을 갔다. 수성교 너머 반월당까지 버스를 타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하철은 옆사람과 어깨가 닿고 몸을 말아야 돼서 불편했지만 20분 만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았다. 남편이 지르텍을 사 오라고 했다. 반월당 지하 약국은 약값이 많이 싸다. 현대백화점 지하로 가서 곱창김도 한 축 샀다. 곱창김이란걸 처음 먹어보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 제일 맛난 건 백화점 지하식품관에서 산 비싼 김이었다. 상품권이 있어 한 번 구매했는데 잊지 못할 맛이었다. A선생님에게 명절 선물로 김을 맛보여 주고 싶었다.  


김을 한 축 사서 들고 백화점 지하 1층을 휘휘 돌았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플리스를 하나 사고 싶어서 이리저리 돌았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매장에는 반짝이는 옷들과 가방, 신발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서 와, 이런 색은 없지, 나 봐봐, 이걸 입으며 너는 다른 사람이 될 거야!'


시계도 없고 하늘도 보이지 않는 밀폐된 공간 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 안에서 초점을 잃고 이 옷과 저 옷 사이를 누비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었다. 아무 고민도 할 필요 없었다. 색깔과 디자인과 질감만이 있었다. 다리와 눈동자만 굴리는 그 행동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손가락으로 유튜브를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쾌감과 도파민이 분출되지만 그건 감각 자극일 뿐 중독과 비슷한 상태였다.


어지러워졌다. 재빨리 지하철 쪽으로 빠져나왔다.

동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자전거에 김봉지를 걸고 집으로 걸어왔다.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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