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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Mar 05. 2024

#2024.3.5.화, 복학생.

 아침부터 비가 왔다. 집에 살짝 냉기가 돈다. 늦잠 자서 복학한 아들 아침을 챙겨주지 못했다. 아들은 비가 온다고 어제보다 20분 일찍 나갔다. 막내가 복학생이 되는 경험은 아주 신선했다. 90학번인 나에게 복학생은 짙은 녹색 군대 야전잠바와 앞주름이 잡힌 기지 바지를 입은 아저씨들이었다. 어쩐 일인지 우리 과 복학생들은 청바지를 입지 않았고 앞주름 기지바지만 입었다. '진짜 성인이라는 표식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30년 뒤 복학생 아들은 후드티와 블랙진을 입고 사각가방을 옆으로 메고 갔는데 신입생 때와 다르지 않은 차림이다. 뒷모습이 귀엽다. 큰 아이랑 1년 6개월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마냥 아이처럼 느껴져서 이건 좀 차별이 아닌가 싶다. 

 개강 전날 가기 싫다고 칭얼거리던 둘째는 오늘 저녁을 먹고 온다고 카톡이 왔다. 


 '바로 건수를 만들었구나! 기특하다. 비도 오고 밥 하기 싫은데 잘 됐다.'


 둘째는 2020년에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했다. 그 해 코로나가 발발해서 가족 모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아이가 제일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버텨주었다. 우리 시절 대학 1학년을 'fresh man'이라고 불렀다. 세월 지나 보니 왜 그렇게 불렀는지 알겠다. 가장 풋풋하고 호기심이 넘치는, 무얼 해도 괜찮은 나이이다.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둘째는 코로나 여파로 그 시간을 안타깝게 보냈다. 신입생 환영회도 못해보고 친구들과 술 한 잔 못 마시고 줌 수업을 했다. 소개팅도 못해보고...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하면 '대학 1 학년'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런 시간을 방 안에서 흘려보내는 게 많이 안타까웠다. 올해는 새로운 친구들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간들을 충분히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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