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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Mar 19. 2024

#23 뇌과학이 읽어주는 문학작품

앵거스 플레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k는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앵거스라는 작가가 5천년 전 서사시에서 단테, 햄릿, 신데렐라, 곰돌이 푸, 프랑켄슈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슈퍼맨까지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해 준다.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가 왜 소설에 푹 빠지는지 뇌 입장에서 해석해 준다.

  k는 평소 '우리는 모두 타고난 스토리텔러다'라고 생각했다. k는 이런 것도 좋아했다.


<정읍사>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대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쿠시라

어긔야 내 가논 대 점그랄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누군가가 놀랍지도 않은 개인사를 시시콜콜 쏟아낸다면, 옆에 있기 불편할 것이다. 그런 사람과는 나무 그늘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얼른 자리를 뜰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확장을 버무린 자기 공개로 구애하면, 이는 강력한 신경 효과를 발휘한다. 즉 뇌의 보상 중추에서 도파민 뉴런을 준비시켜, 우리 마음을 살짝 들뜨게 한다. 우리 뇌는 벌써 행복하다. 게다가 흥분된 뉴런에 불꽃이 일어나면 훨씬 더 행복해질 걸 알고 있다.> 


 <흥분된 뉴런에 불꽃을 지피려면 또 다른 자기 공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엔 구애자의 자기 공개가 아니다. --- 구애자에게 호응함으로써, 우리는 뇌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도파민을 방출하여 그 화학적 달콤함을 즐긴다. --- 그냥 구애자와 함께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자기 공개를 계속 주고받으며, 도파민 준비와 방출의 호혜적 순환을 이어가면 된다. 함께 있으면 더 행복해진다고 느끼고 개인적 이야기를 더 많이 공개하다 보면, 결국 친밀한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우리 뇌는 결국 다소 이기적으로 황홀감을 경험한다. 나는 너랑 있을 때 나 자신을 더 좋아해.>




그는 나에게 신과 같은 존재

그 남자가 너에게 귀를 기울이고

달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매혹적인 웃음을 흘리니,

내 마음은 산산조각 난다.


너를 바라볼 때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내 혀는 굳어버리고

내 피부는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



사포의 행위가 단지 자기 공개로 그쳤다면 우리도 낄낄거릴 것이다. 하지만 사포는 단지 사사로운 비밀을 공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이를 곁들였다. 마음이 산산조각 나고 피부가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는, 단순하지만 경외감을 불러오는 은유로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확장시켰다. 




<단기적으론, 우리 자신을 비웃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신경-오피오이드(아편 유사 물질)가 분비되고 혈중 코르티솔 수치가 떨어지며 스트레스가 낮아진다. 장기적으론, 우리 자신을 비웃으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정서적 회복력이 길러지며 타인과 유대도 잘 맺게 된다. --- 남들과 함께 웃으면, 뇌에서 고통에 대한 내성을 상당히 키워주는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진통 효과는 셀프-아이러니를 통해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셀프 아이러니는 전두엽의 관점 수용 네트워크를 뒤집어, 우리가 밖에서 자신을 바라본다고 느끼게 한다. 이렇게 분리된 상태에서 바라보면,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의 강도가 줄어든다.>


 <햄릿의 신경회로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의 끝없는 애도는 해결되지 못한 슬픔에서 비롯된 증상이 아니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복합적 슬픔에서 찾는다. 

 복합적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서 우울증, 고립감, 분노 같은 정신적 장애를 유발한다. 이러한 장애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게 되면서 햄릿은 고뇌에 빠지거나 이리저리 헤매거나 사람들을 마구 몰아세운다. 현실에서 흔히 그렇듯이, 셰익스피어의 극에서도 복합적 슬픔의 원인은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복잡한 감정이다.

 복잡한 사회적 기능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죄책감은 뇌의 전면부의 옆쪽을 돌아 정수리 뒷면에까지 걸치는 방대한 신경 네트워크에서 유발된다.---죄책감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기에 수백만 년 동안 우리가 가정과 우정과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장자는 한 가지 참된 방식(one true Way)이라는 공자의 교리를 잘 알았다. --- 황제의 엄격한 규율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회초리인 치(수치심)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장자는 공자의 가르침과 황제의 전쟁터를 뒤로하고 중국 동부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 그러던 어느 따스한 날 ---'잉어와 참새는 같지 않아! 그들은 각자의 방식(Way)이 있고, 한쪽 방식이 다른 쪽에게 좋진 않아'----' 결국 인생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 그리고 생명체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어'---장자는 붓으로 <윈툰이야기>를 썼다. 음과 양의 규칙을 가르치지 않는다. 실은 어떤 규칙도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윈툰의 끔찍한 최후로 우리 뇌를 깜짝 놀라게 한다. ----'나비의 꿈' 즉 <호접몽>이다. 이 이야기에는 악한으로 볼 만한 캐릭터가 없다. 그 대신, 다르지만 똑같이 긍정적인 두 가지 삶을 경험하게 한다. ---둘 다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다.>


<윈툰이야기>는 파장이 좁고 강렬하다. 절대적 하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힘차게 무너뜨린다.

 호접몽은 파장이 넓고 부드럽다. 우리 마음에 이원성을 받아들이라고 살살 꼬드긴다. ---장자는 우리 뇌에 또 다른 점도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어린 조설근이 나무껍질 고문서에서 발견했던 자아수용(self-acceptance)이다.>


<수치심은  거의 언제나 해롭다. 낮은 자존감, 약물 남용, 우울증, 불안, 서툰 인간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죄다 수치심의 사악한 신경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이는 죄책감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우리 뇌를 좀먹는다. ---그래서 수치심은 거짓말과 부정행위 같은 교정 가능한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도록 촉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항구적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못생겼어. 나는 멍청해. 나는 쓸모없어.'

 따라서 자기 자신을 나쁘게 생각할 거라면, 수치심보단 죄책감을 느끼는 게 차라리 낫다. ---우리 뇌에서 죄책감이 더 최근에 진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은 조만간 편도선과 사랑니 같은 흔적 기관으로 축소될지도 모른다.  --- 이 목록은 뇌의 내측전두이랑 같은 정보 저장 영역에 내재되어 있는데, 워낙 강하게 박혀 있어서 싹 지울 수는 없다.>


<'호접몽'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치심을 덜어줄 수 있다. 장자의 삶에서 나비의 삶으로 우리를 전환시켜 서로 다른 방식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내면의 규범 목록은 늘려주고 자기 판단은 줄여준다. 이런 이유로, 어린 조설근을 괴롭히던 치(수치심)를 덜어주었던 것이다. ---완전한 자아 수용을 달성하려면, 내측전두이랑이 다양한 규범을 흡수하도록 꽤 오랫동안 문학 작품에 몰입해야 한다.>


<벡델도 무감각해지는 식으로 대처했다. 감정을 차단하자 두려움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성인이 돼서도 무뎌진 감정 상태에 갇혀 살아야 했다. --- 벡델을 비롯한 수백만 생존자들에게 참으로 안타깝게도, 이런 증상을 치료할 의학적 방법은 없었다.> 





 k는 중얼거렸다. '이건 혼자 볼 책이 아니야... 친구들을 불러 모아야 돼, 당장'

 여리디 여린 친구 A. 그녀는 자식 공부에 상심해 넋을 놓고 집에 틀어박혀 있다. 씩씩하던 친구 M은 맞벌이하느라 삶에 지쳐 '공부는 왜 했나 몰라 그게 다 소용없다... ' 말한다. 그녀는 재수까지 하며 열심히 미분적분을 풀었고 삶에서 한순간도 열심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곱고 예뻤던 S는 일상에 지쳐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우리 중 약 90퍼센트가 살면서 외상성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고, 그 종 약 10퍼센트는 외상 후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모두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고 하는데요.... 책에서는 문학 작품에 치료의 길이 있다고 은근히 말하고 있네요.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 어느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라. 그리고 밤과 낮으로 된 이 세상을 떠나 다른 꿈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앵거스 플레처#출판 : 비잉(Being)#발매: 2021.12.22.# 문학은 발명품이다 # 치유 발명품 #용기 발명품 #애도 발명품#22.2.6.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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