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May 22. 2024

# 연애하는 아들

아들이 연애를 한다.

기가 막힌다.... '애기'인 줄 알았는데,


엄마들이 이러니 자식들이 착각을 깨뜨리는 수고를 하나보다. 제대를 하고 손가락에 가느다란 반지를 하나 끼고 다닌다. 여자친구 있다고 슬며시 이야기를 한다. 애기치고는 키가 크다. 나이도 스무 살이 넘었다. 우리 할머니는 19살에 시집오셨다고 들었다. 몸 입장에서 보면 20대 초반이 결혼 적령기 같기도 하다. 어제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는 변화의 정점이었다. 30대 중반 여성들이 '냉동 난자'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노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요즘 삼신할머니는 산부인과로 매일 출근하시는 게 확실했다.


30년 전 어른들에게 들은 연애담은 '신세 망친다,,,,'로 귀결되었다. 남자는 무서운 존재였다. 실제로 연애나 성경험은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들이 연애를 한다는 말을 듣고 남편에게 넌지시 성교육을 하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아주 난감해했다. 아무 말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 혹여 했다면 모호하게 말했을 거다. 그 딴 거는 교육이 아니다. 숙제처럼 언제 할까 뜸을 들이고 있었다. 90년 대 초반 성교육은 연애 잘못하면 아버지가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릴 거라는 협박뿐이라서 우아하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다.


며칠 전 아들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나는 큼직한 아들 손을 꼭 잡고


"아들, 피임 잘해..."


라고 말했다. 아들아이는 씩 웃더니 성큼 걸어 나갔다.


연애를 편안하게 하는 건 좋은 징조 같은데 아이를 산부인과에서 탄생시키는 건 별로이다. 이게 욕심인지, 분별없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 은행나무 바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