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공부 기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별 Jun 13. 2023

#5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지은이 - 도이 요시하루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저자

도이 요시하루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8.04.17.


밥 하기의 고충


요즘 넘 밥 하는 게 힘들다.

어떨 때는 눈물도 난다. 갱년기는 이렇게 이어지는구나......

재작년 처음 맞이한 갱년기 증세는 몸에 열이 훅 오르고서 그것이 두세 시간이나 계속되는 증상이었다. 사람 진을 쪽 빼서 약국에 파는 갱년기 약을 먹고 , 영양제도 챙겨 먹고 하니 그럭저럭 사라지던데......

언니들이 갱년기는 끝나는 게 아니라 하더구먼, 맞는 듯하다.

운전할 때마다 약간 모자란 듯 이상하게 운전하고(뇌기능 저하?) 밥 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심지어 서럽고 먹고 나서 쌓인 설거지를 보면 온몸 양팔에 힘이 하-나도 없다. 식욕도 예전의 3분의 1도 안되고 배도 안 고프니 다이어트는 저절로 되고 있지만 식구들은 묘하게 이상한 엄마 눈치를 보고 있다. 어떻게라도 더 먹이고 싶던 마음은 실종상태이다.

이런 와중 네이버 창에 이 책이 떴다.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반찬을 덜 차려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듯한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과연 옳았다!

저자는 일즙일채라는 신조어를 선물했다. 국하나 반찬하나면 충분하다는 논리였다.

야호~~~~

더구나 그는 미소시루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된장찌개이다. 물론 미소 말고 우리 메주 된장.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는 쉽게 할 수 있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소화가 정말 잘 된다는 것을 3가지 큰 장점으로 설명한다.

애들 키울 때 가끔 감기 몸살하고 누워있으면 제일 생각나는 게 엄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였다. 두부 넣고 파 넣고 양파로 약간 달큰하게 심심하게 간을 맞춰 국처럼 한 그릇 마시면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저자는 특별한 날에는 공을 들여 음식을 하지만 평소 해 먹는 음식은 간편한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전자를 신의 음식 '하레', 후자를 인간의 음식 '케'라고 구분하고 있다.

고개가 끄덕끄덕해진다. 요즘 우리 식사는 예전에는 생일날에나 받아볼 수 있는 음식이고 외식도 자주 하니 20,30년 전 과는 완전 다른 밥상풍경이기는 하다.


P105에 가정요리는 소박하고 평범하다


 -대신 어느 정도 맛나고 그럭저럭 맛있다면 우선은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 그렇지.

너무 많은 맛집과 방송을 보면서 오늘 밥상 좀 초라하네. 내 솜씨가 부족하다. 더 맛있게 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들 속에 자책과 분노가 얽혀있는 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 같다. 반찬의 가짓수도 더 많아야 될 것 같고 감칠맛을 내자니 조미료도 더 써야 될듯하고....

그럭저럭 맛있다면 일단은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되고 힘을 준다. 끼니마다 평가받는 듯 한 기분, 밥상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왠지 움츠려드는 나, 그리고 그다음에 밀려오는 화!


이런 두꺼운 감정의 흐름을 툭 쳐서 다시 살피게 해 주었다.


ㅡ 부모가 끓여놓은 국을 스스로 데워서 먹는 아이가 혼자 먹는 가정이 수없이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중한 것은 이미 받았다. 그것은 손수 만든 요리다. 이것은 애정 자체다, 그러니 '함께 먹는다'는 행위만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밤, 부모의 귀가가 늦어질 때 -중략- 일인용 뚝배기에 재료를 넣고 육수를 부어 끊인 후 우동을 삶는다. 따끈한 뚝배기 우동을 TV 앞에 앉아 혼자 먹던 밤은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내 아이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저자는 그날 밤 부모의 사랑을 온전히 느낀 것같다.


저자는 사먹는 음식에서도 관계의 지도를 그려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가정 안의 식사 속에서 삶의 철학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음식은 맛있다, 맛없다의 흑백이 아니라 더 많은 감각의 느낌이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본다, 냄새를 느낀다, 예전 기억이 스친다, 맛본다, 머릿속 시냅스가 움직인다, 정서반응이 일어난다. 음식 앞에서 사람이 떠오르고 계절이 느껴진다.


책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밥은 왼쪽, 미소시루는 오른쪽, 절임은 건너편에, 그리고 앞에는 젓가락을 놓는 형태다.

날마다 일에 쫓겨 일즙일체 식사를 계속한다. 언제나 같은 메뉴이다. 바빠서 어쩔 수 없다. ----중략--- 매일 일즙일체가 당연해진다면 아무도 식사에 대해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이것 역시 좋은 점이다.'    


소박하게 먹으면 좋지요.....



#일즙일체 #미소시루 #4 #하레 #케 #가정요리#2021.9.21


매거진의 이전글 #4 신화의 종말 - 팽창과 장벽의 신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