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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n 20. 2023

#6 혁신의 뿌리


혁신의 뿌리

저자

이안 블래치포드

출판

브론스테인

발매

2021.09.01.


이 책은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과학과 예술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과학은 과학, 예술은 예술이지 이런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은 후 그 생각은 나의 무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서문에 이렇게 쓰여있다.

'과학자들은 흔히 시각적으로 사고하고,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예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예술가들도 세상을 관찰하고 탐험할 때 과학과 자연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예술은 과학의 관찰자이자, 비평가였고, 친구이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과학이 진보를 이룰 때마다 기존에 쓰지 않던 도구를 이용하여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면서 과학과 보폭을 맞추었다'

책에서는 인류가 보다 나은 길을 나아가고, 이해하고 꿈꾸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 창조력과 상상력의 결실로 이루어진 혁신들을 1750년대 중반부터 차례로 잘 정리해주고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적어본다.


1. 터너의 기차


철도는 19세기를 관통해 사회 전반에 길을 새겨 넣었다. 철길은 영국을 완전히 변모시켰고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철도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동경하기도 한 것 같다.

J.M.W. 터너의 <비, 증기, 그리고 속도>는 1884년 작품이다.

영국여행할 때 터너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보면 마음을 화~악 끄는 부분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

대가의 터치는 캔버스를 휘감아 오르고 몸은 저절로 반응한다. 폭퐁우를 뚫고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고호 그림을 실제로 보고 그의 터치에 멀미반응이 일어난 사람도 보았다.)

그때는 단순히 비바람을 뚫는 기차를 기막히게 그렸구나 생각했다.(실제로 터너는 기차 여행 도중 엄청난 폭풍우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 그림은 산업혁명과 속도를 경험한 화가의 내면이었다.

달려온다.

무언가 크고 묵직한, 처음 보는 소리를 내고, 사람을 가득 태우고.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이런 소리가 그림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2. 나스미스와 지구돋이


1874년 나스미스는 달 이미지 스물한 장이 수록된 <<달: 행성, 세계, 위성으로 고려해 보다>>를 출판했다.

그는 달의 모형을 제작해서 사진으로 찍었는데 극찬을 받았다.

' 그 사진들을 보면 숨이 멎을 것 같습니다.... 예술가만이 귀하가 하신 적 있는 눈과 손을 훈련시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 실린 작은 사진을 보아도 그의 비범함이 느껴졌다. 실제로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그의 작업은 직접 달에 가서 찍은 것처럼 사실적이었고 동시에 신비로운 몽환적 감성이 드러났다.

나스미스는 엔지니어였고 천문학은 취미로 공부했고 화가이자 사진가였다. 그는 증기 망치를 발명해서 엄청난 부를 쌓은 뒤 작업에 매진해서 이런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열정과 에너지가 존경스럽고 부럽다.

나스미스가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사진은 1968년 아폴로 8호 조종사 윌리엄 앤더슨의 반응과 비슷한다.

' 지구가 삭막한 달의 수평선을 치고 올라온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은 지구의 색뿐이었다---중략---- 우리가 달까지 와서 보고 있는 가장 특별한 것이 지구라는 생각에 압도되었다'


3. 자전거와 여성해방


옴베르토 보치오니가 그린 <자전거 타는 사람의 역동성>은 선을 이용해 속도와 움직임을 평면에서 3차원처럼 느낄 수 있게 작업했다.

19세기말 자전거는 진보의 상징이자 급진적 여성의 이미지와도 결부되었다. 자전거는 속도와 자유스러운 감정을 노동자와 여성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요즘은 흔한 자전거가 이렇게 많은 것을 주었다니 다시 한번 일상을 돌아본다.

2005년 영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전거가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혔다.


4. 카메라와 그림


서양회화는 붓으로,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다. 인상주의 회화가 처음 전시되었을 때 엄청난 악평이 쏟아졌다. 전통회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상을 뭉개듯이 표현한 인상파회화에 경악했다.

그때 전통 회화에서 중시하던 묘사 디테일 없이 대상을 뭉개듯 표현한 작품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그리지도 않고 사진으로 회화를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호크니이다.

그는 폴라로이드 기술을 이용하여 한 장면을 분할하여 완전히 다른 느낌의 회화를 만들어낸다. 재료도 다르고 구현하는 방식도 완전히 새로웠다. 과학과 예술이 절묘하게 만난 것이다. 그의 감각은 우~~~~ 와~~~!


5. 혁신과 미래


1830년 여배우 패니 켐블은 기차의 발판에 서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다.

'눈을 감으면 날아오르는 기분이 들어. 좋으면서도 형언할 수 없이 이상한 기분이지'

새로운 속도와 이동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올해는 2021년, 터너가 기차그림을 그린 지 137년이 지났다.

과학의 발전 속도는 무섭다.

어릴 적 본 미국 드라마에서 '가자, 키트'하면 어디선가 자동차가 날아오던 장면이 있었다. 곧 현실에서 가능할 것 같다. 또 우주여행을 한 예술가가 나스마스처럼 작품을 발표하면 우리는 메타버스로 관람하러 갈 것 같다. 이런 즐거운 상상이 철이 없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인류의 최대위험은 AI(인공지능)라고 하니......

우리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인류를 위해 선하게 사용되기를 기원합니다.



현재 증명된 것은 한때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 것이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



#6 #과학과 예술 #나스미스 #자전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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