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시들었다. 서운했다. 동네에 피어있는 이쁜 아이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면 '아,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6월에 피는 고운 꽃은 수국인데 동네에서 보기 힘들다. 제주도를 가거나 수국이 화창한 카페를 찾아가야 된다. 그건 행사지 일상은 아니다.
날씨는 무더워서 푹푹 찌는 만두찜통속 같다. 아침 일찍 운동해서 충전한 에너지로 외출을 계획했다. 얼마 전 지인 소개로 한옥에서 모임을 했다. 마침 비가 왔는데 빗소리가 또닥또닥 떨어지는 마당은 뭐랄까... 신의 은총을 받는 기분이었다. 글이 저절로 써질 것 같았다.
검색을 해서 찾아간 한옥카페는 조용했다. 아기자기한 가구가 이쁘고 커피도 맛났다. 책을 읽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정오를 갓 지난 햇살은 땅을 찢을 듯 팽팽했다. 살갗이 타는 것 같았다. 터벅터벅 걷는 길 끝에 갑자기 꽃폭포가 나타났다.
'세상에... 그렇지, 능소화가 있었지!'
능소화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은한 향이 길가에 가득하다. 예전 화실 다니던 골목 끝에도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화실 선생님 생각이 났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