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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l 03. 2024

도리도리 춤

날이 덥다. 비도 오고 습하다.

보통 이런 날이면 프라이팬에 쭉 늘어진 인절미 같은 상태가 된다. 퍼져서 산다.

늦 봄 '올여름은 어떻게 견디나'걱정했다. 갱년기 여성들은 밖에서 끓어오르는 태양열과 몸속에서 용암처럼 솟구치는 속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열은 열로 잡아야 한다던데...


지난 수요일에는 요가체어를 이용해서 흉추를 여는 수업을 했다. 엎드려서 체어다리사이에 내 다리를 잘 고정시키고 코브라 자세를 한다. 팔을 위로 들고 가슴을 연다. 원장님 다리를 붙잡고 끙끙거리며 매달렸다. 동작을 할 때는 아프지만 마치고 나면 말도 못 하게 시원하다. 수을 마치고 이마트에 장을 보러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갑자기 누가 내 척추를 주욱 잡아당겨 주는 느낌이 일었다. 팔다리는 저절로 움직였다. 척추 힘으로 걸음이 걸어졌다. 다리힘이 필요없는 것같았다. 무중력상태를 튕기듯이 걸었다. 강렬한 기쁨이 흘렀다.


월요일에는 엎드려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양쪽 팔로 잡는 수련을 했다. 원장님 핸즈온으로 머리 근처에 발이 닿았다. 등과 허리 쪽이 쾅하고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책방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책방가는 길이었다.

누가 내 오른쪽 날깨뼈를 쭈욱 뒤로 당겨서 제대로 착 꽂아놓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목이 없는 것처럼 가벼워졌다. 확인차 도리도리를 했다. 도리도리... 도리도리를 하는 내 목은 아기처럼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런 움직임을 언제 했을까 기억나지 않았다. 신이 나서 걸으면서 도리도리를 서너 번 했다. 폴짝폴짝 뛰어서 구름까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종달새 자세를 했다. 한쪽 다리만 접어서 발바닥 위에 엉덩이를 착 올려야 한다. 10분 정도 했는데 굵은 땀방울이 눈을 타고 흘렀다. 한쪽 무릎을 매트에 대고 런지 자세를 하고 엉덩이를 깊숙이 내려서 팔을 위쪽으로 뒤쪽으로 보냈다. 손바닥으로 벽을 타고 내려가서 팔꿈치를 펴는 동작을 했다. 팔꿈치는 잘 펴지지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고 버티면 갈비뼈가 묵직하게 아려왔다. 무거운 돌로 누르는 느낌이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었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피곤해서 눈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덥지 않았다. 몸은  열기로 가득 차 바깥 열을 이겨내고 있다. 나를 괴롭히던 생각도, 미워하던 사람도 흐릿해졌다. 그것까지 붙잡을 힘이 없다.


장마비같은 굵은 땀은 몸속 장기를 흔들고 갈비뼈까지  움직였다. 더위도 미움도  저 멀리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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