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을 많이 했다. 자잘하지만 하지 않으면 일상이 흐트러지는 일들이다.
연말 모임이 있어서 손톱 손질을 받고 청소기를 돌리고 김장 뒷설겆이를 했다. 빨래도 두 통 했다. 우리 강아지 발바닥 자국을 닦고 내 슬리퍼 자국도 닦았다. 알코올에 오렌지 오일을 넣고 스프레이로 뿌려 닦았다. 개운하다. 귀리와 퀴노아를 넣고 밥도 한 솥 했다.
점심을 먹고 하루 산책을 시켰다. 날이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분이 2월에는 이사 간다고 했다. 서운했다. 오후에는 겨울 파카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 나들이를 했다. 지하상가를 걷다가 반가운 이도 만났다. 잠시 안부를 나누면서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몇 군데 매장에 들러 겨울 잠바를 입어봤다. 가격을 체크하고 사이즈도 가늠했다. 옷들이 모두 가볍고 따뜻했다.
한의원도 가야 했다. 11월에 걷다가 화단에 정강이를 박았는데 잘 낫지 않는다. 한의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스트레칭하는 법도 알려주신다. 고맙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니 친구에게 전화가 와 있다. 다낭여행을 잘 다녀왔다고 한다. 시간이 맞아 차를 한잔 했다. 연로해진 친정엄마, 아들과 투닥거린 이야기, 딸이 내려왔다 올라간 이야기, 남편 흉도 잊지 않고 나누었다.
같이 늙어가고 흉허물없이 주섬주섬 풀어놓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들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친구 엄마가 20여 년 전에 사놓은 밍크코트를 고쳐 입으라고 주었다고 한다.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친구집에 놀러 가서 마당에서 소꿉 살던 일이 기억난다. 곱고 단정하시던 어머니는 오래 아프셨고 친구는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이제 우리도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되어가는데 좋기만 한 일도 없고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을 올려보니 달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차고 시리다. 겨울답게 흐른다. 날씨처럼 세상도 시절에 맞게 흐르기를 기도한다. 친구 덕분에 행복한 하루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