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

오! 치앙마이 1

- 자연의 세계

by 보리별

지난 2월 말 치앙마이를 다녀왔다. 화요일 밤 부산에서 출발하고 토요일 밤 비행기로 돌아왔다.


동남아여행은 세 번째다. 10년 전 즈음 아이들과 필리핀 클락 어학원 생활을 두 달 했다. 그리고 2021년 동네 언니들과 베트남 호이안을 가보았다. 클락은 조용한 도시였다. 어학원에 콕 박혀 있다가 주말에 SM몰로 쇼핑을 가곤 했다. 두어 번 정도 마음 맞는 언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봉고차를 빌려 관광을 다녔다. 호이안은 바다가 좋았고 올드타운도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또 갈래?'라고 물으면 '뭘, 비행기까지 타고 또 가냐...'라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해 남편은 회사에서 근속 30년 기념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미안했던지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즉흥적으로 치앙마이를 선택했다. 가끔 인스타에 뜨는 사진을 보면 매력있는 도시같았다. 아이들에게 비행기티켓을 사고 숙소를 예약하라고 했다. 나는 여행계획도 짜지 않고 치앙마이 공부도 하지 않고... 가방만 열심히 검색했다. 엣지있게 보이고 싶어서... 긴 시간 고민하다가 롱샴 오리지널 블랙을 구매했다. 수영복도 고민했다. 내가 가진 수영복은 강습용 파란색인데 그걸 입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을 검색하다가 르망고 판테라 딥 씨 블루수영복을 샀다. 르망고수영복은 처음 입었는데 대만족이었다. 탄성이 좋아서 몸통을 집어넣을 때 편안했고 입은 후에는 몸을 쫀쫀하게 감싸주었다.


부산 김해 공항에서 저녁 6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5시간 30분 비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워져서 반팔로 갈아입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해져서 비행기에서 커피를 사 먹었다. 4500원 정도였는데 기대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깊은 밤, 치앙마이에 무사히 내렸다. 한국에서 환전을 해가자고 했는데 아이들은 수수료 없이 찾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공항에서 찾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


큰 딸아이가 공항 ATM 앞에서 한참을 주물럭거리더니 안된다고 했다. 비행기를 오래 탔고 날씨는 갑자기 더워져서 기운이 점점 빠졌다. 딸아이 등짝 한대 치고 싶었지만... 여기는 외국이니까... 가만히 있었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검색하더니 간신히 현금을 찾았다. 30분 정도 걸렸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었다.

편의점을 찾아 공항을 한 바퀴 돌았다. ATM에서는 화폐단위가 큰 돈만 나오니 작은 돈을 환전해 가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바꾸면 된다고 했다. 다시 등짝 스매싱을 하고 싶어졌지만 아이들이 없으면 택시도 못 부르는 처지였다. 편의점은 없었다. 그냥 가게에서 사자고 정리했다. 맥주가 몹시 먹고 싶어서 맥주 3병을 집었다. 맥주 한 병에 3600원 정도 했다. 딸아이는 비싸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나는 빨리 숙소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침대에 눕고 싶었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오고 트렁크에 가방을 넣는 순간 딸아이가 작은아이에게 외쳤다.


'너, 캐리어는???'


... 등짝 스매싱...


작은 아이는 빛의 속도로 캐리어를 찾아왔다.


'이 동네 인심 괜찮네... '


숙소는 택시로 10분 정도 걸렸다. 택시에서 내리고 트렁크에서 짐을 들고 발을 올리는 순간 내 앞으로 큰 곤충이 지나갔다.


'아.... 흐....'


아무것도 못 본 척하고 체크 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셨다. 아이들이 맥주를 다 마셔갈 즈음 곤충의 세계를 말했다. 딸아이는 비명을 지르더니 당장 에프킬라라도 사러 가자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밤 12시가 넘은 올드타운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해자(도시를 둘러싼 연못) 건너 식당에는 이국의 밤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활기찼다. 편의점에서 에프킬라를 사고 집으로 오는 중 곤충을 하나 더 보았다. '헉' 하고 놀랐다. 노상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서양 남자가 나를 한 번 보고 내 시선 아래 그것을 보더니 씩 웃는다. 그리고... 꼬리가 긴 설치류도 한 마리도 봐 버렸다.


'아... 여기는 자연의 세계구나...


흑...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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