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말이 너무 많네...

 나는 말이 많다.

 TMI, too much talk...

 남편은 말이 없다. 말하는 게 너무 힘들단다. 두 남녀는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언어적 의사소통, 둘 다 힘들었다.

  초등 6학년 때였다. 그날도 정말 말을 많이 했나 보다. 조잘대던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우리 반 남자아이가 비장하게 말했다.

 "니는, 진짜,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뜨겠다!!!"

 지금도 생각나는 그 친구의 뉘앙스는 비난도, 칭찬도 아니고 그냥 놀랍다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 말을 빠르게 많이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친구 얼굴은 생각나지 않는데 그 문장은 지금도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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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완경기를 잘 넘기고 사는데, 언어중추에 문제가 생겼는지... 말이 예전 같지 않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헛단어를 쓴다.

특히 영어에 취약하다.

커리어우먼을 캐리어우먼이라고 말하고... 팬덤을 팬더믹이라고 말한다.

모르면 말을 말아야지...

그래도 장황하게 말을 하고 다닌다. 독서토론까지 하면서...

가끔은 가슴이 저릿저릿할 때가 있는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이런 통찰, 인싸이트, 자기 객관화가 들이닥치는 순간들이다.

느낌적 느낌이 쎄하게 오곤 했는데 애써 무시했다.

그냥 살던 대로 살려고...(변화는 힘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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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파트 입구에 통장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떡하니 걸렸다. 몇 년 전부터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정보에 의하면 아주 편안하다고 했다. 좀 민망하기도 하고, 좀 골치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자리가 잘 생기지도 않아서 그냥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데,,,,

하늘이 주신 기회인가 봐...

울 동네 통장님이 이사 가시나...?(예전에는 이사 가시거나 사퇴해야 새로 뽑은 것 같은데 요즘은 임기가 있다고 한다)

행정센터에 가본다. 담당자가 서류를 3장이나 준다. 봉사경력에, 나라에서 상 받은 적 있나고 묻는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도 써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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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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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도 봐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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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갈고닦은 쓰기실력을 발휘해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다니던 절에 봉사기록을 인증해 줄 수 있나고 물으니 아직 서류화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뭐 할 수 없지...

면접날 아침 담당자가 전화를 세 통이나 했다. 그전 날 문자도 왔던데... 정말 친절하네... 일이 많을 텐데...

관계자 4분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했다. 이런 4대 1  면접은 처음이었지만 타고난 말빨(?)과 주부정신으로 부드럽게 할 말 다하고 나왔다. 너는 좀 이 자리랑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압박 면접 스똬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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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후 느직이 문자를 확인했다.

내 전화번호는 오만데서 다 털어가서 광고전화가 매일 와서 무음으로 해놓고 산다. 특별히 받아야 할 전화도 없어서,,, 칭구들은 카톡 한다.

오전 일찍 통장 됐다고 축하한다고 문자가 와 있다!!!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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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보면서 살짝 기분이 이상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아서 지원한 건데(소정의 수고비가 나온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성실히 하겠다고 자식들 다 키워서 시간 많다고, 봉사도 많이 해 봤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나의 배경자아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얼라,,,, 너 말 잘하네....

조금 더 하면 사기도 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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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누군가 상처 받지 않았을까,

내 말투에 누군가 힘들지 않았을까,

많은 말에 질리지 않았을까,

갑자기 미루어 놓았던 자아 성찰을 해본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분명히 많았을 것같다.

그대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흑흑

죄송해요,,,,

(갑자기,,, 왜 이럴까...?..?)